젤렌스키 “우크라 무기 자급률 60%…푸틴, 키이우로 오라”

2025-09-06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의 ‘자주 국방’ 태세

“평화 위해 모스크바 오라” 푸틴 제안 일축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무기 생산에서 거둔 자국의 성과에 흡족함을 표시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 이후 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무기를 들고 싸워 온 우크라이나에게 ‘자주 국방’은 가장 중요한 목표들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양국 간 평화 협상을 열자고 제안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젤렌스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오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역공을 가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가 보유한 무기의 거의 60%가 우크라이나 안에서 만들어진 국내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것들은 아주 강력한 무기”라며 “많은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젤렌스키는 지난 7월 전시 내각에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무기 가운데 국내산 무기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같은 비율은 1991년 동서 냉전 종식과 소련(현 러시아) 해체로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이 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소련의 굴레에서 벗어난 뒤로도 우크라이나는 수십년간 옛 소련제 무기에 국방을 의존해왔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집중적인 드론(무인기) 및 미사일 공격에 맞서기 위해 여러 무기 체계 중에서도 방어용 드론 및 방공망 개발·제조에 집중해 왔다. 이날 젤렌스키는 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덴마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무기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일 젤렌스키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화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로 오라”는 푸틴의 제안을 일축했다. 푸틴은 지난 3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전승절 기념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스크바에 오면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상대방 국가의 원수에게 적국 수도로 오라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나 다름없다.

젤렌스키는 “그(푸틴)가 키이우로 오면 어떻겠느냐”며 “우리나라가 매일 미사일 등 공격을 받는데 내가 이 테러리스트의 수도로 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나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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