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빵만 찾았다면 오지 않아”… 파리 인기 브랜드의 한국 진출 이유 [쿠킹]

2025-03-11

지난달 2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이 ‘신세계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고급 식재료로 주목받으며 개점 4일 만에 11만명이 방문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매장이 있다. 바로 프랑스 파리의 베이커리 브랜드 ‘보앤미(BO&MIE)’다. 베이커리의 본고장인 파리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꼽히는 보앤미의 첫번째 한국 매장이다. 매장 앞에는 문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대표 메뉴인 크루아상은 진열되자마자 완판된다. 오픈 당일, 이 모습을 지켜본 보앤미의 장 프랑수아 방데(Jean-Francois Bandet) 대표는 "한국에서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라 무척 놀랐다"며 "기쁘면서도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한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그를 만나 보앤미의 차별점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베이커리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어떤 브랜드인지 궁금하다.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베이커리 브랜드다. 파리는 빵 문화가 발달한 도시인 만큼 3000곳이 넘는 빵집이 있었지만, 대부분 전통적인 프랑스 빵을 만들었다. 반면, 보앤미는 창의적인 메뉴를 시그니처로 내세웠다. 예를 들어, 크루아상은 전형적인 모양과 색에서 벗어나 산딸기 등으로 색을 입히고 동그란 형태로 변형했다. 또한, 모든 빵을 매장에서 직접 빚고 굽는 100% 핸드메이드를 고집하며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보앤미라는 이름의 의미는.

‘보(BO)’는 프랑스어로 빵집을 뜻하는 ‘블랑제리(boulangerie)’와 ‘아름다운(beautiful)’, ‘좋은(good)’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MIE)’는 빵의 부드럽고 폭신한 속살을 의미하며, 제품의 진정성과 따뜻함을 표현한다. 많은 프랑스 빵집이 셰프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명을 짓는 반면, 보앤미는 독창적인 이름을 원해 이 같은 조합을 만들었다.

루브르 박물관 인근 매장이 유명한데, 보앤미의 주요 고객층은.

보앤미의 고객층은 다양하다. 매장 인근 주민들은 매일 먹을 빵을 사거나 커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며,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하러 찾는다. 또한, 파리의 명소 인근 매장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루브르 박물관 근처 리볼리 거리에 있는 매장에서는 주말 오후에 10개 이상의 언어가 들릴 정도로 다국적 고객이 많다.

성공 비결은.

누구나 방문하기 좋은 공간을 제공한다. 젊은 고객들은 최신 페이스트리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찾고, 가족 단위 고객들은 넓고 편안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또한,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한데, 이를 위해 고객 요청을 신속하게 응대하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웃으며 고객을 맞이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독창적이고 맛있는 빵이다. 좋은 위치에서 훌륭한 빵을 제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 해외 진출이다. 한국 진출 이유는.

시장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빵의 품질에 민감하며 새로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보앤미의 철학과 일치했다. 만약 한국 시장이 전통적인 빵만 선호하거나 저렴한 제품을 선호했다면 진출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앤미는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브랜드로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과 아시아 소비자의 취향이 다를 텐데, 국가별 전략은.

해외 진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다. 보앤미는 75%의 메뉴를 프랑스 매장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25%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바게트 피자 등 짭짤한 메뉴를 신세계푸드와 공동 개발했다. 앞으로 팥, 고구마, 제철 과일 등을 활용해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베이커리의 세계적 트렌드는

혁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크루아상이나 페이스트리 같은 전통적인 프랑스 제과는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전통적인 제품에 창의적인 변형을 꾀한 제품이 인기다. 또,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빵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빵의 시각적 표현에 집중하고, 제빵 과정과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주는 짧고 흥미로운 영상이 중요하다.

빵의 종류가 다양한데, 대표 메뉴는.

한국 매장에서는 총 80여종의 빵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버터와 우유, 계란을 풍부하게 넣어 만든 빵 비엔누아즈다. 베이글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창의적인 크루아상, 바삭한 쿠키 컵에 크림을 채운 ‘쿠키 샷’이 인기다. 건강빵에 관심이 있다면, 프리미엄 밀가루와 천연발효종으로 빚은 사워도우 르방을 추천한다. 첨가물 없이 100% 밀로 만든 최고급 포리쉐의 밀가루로 만든다.

첫 한국 매장의 반응이 뜨겁다. 앞으로 품질 관리 계획은.

이토록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기쁘다. 다행히, 한국에서 선보이는 빵은 프랑스에서 바로 팔아도 될 정도의 맛과 품질이다. 앞으로도 품질 유지를 위해 파트너인 신세계푸드와 협업해나갈 계획이다. 보앤미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100% 수제 생산과 장인 정신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켜줄 파트너를 찾는데, 신세계푸드는 이를 지켜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해 함께 하게 됐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품질 관리와 추가 확장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앤미의 목표는

보앤미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앞서 스포츠 브랜드를 론칭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파리의 맛을 세계에 전하고 싶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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