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05.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정치가 참 어렵단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초심으로 가겠습니다. 전 아직 제가 말하는 것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면 좋은 정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청년문화공간JU.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서전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가 북콘서트를 열며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여파로 당대표직을 사퇴한 지 80일 만이다. 한 전 대표는 선수 교체만 해선 나라가 더 잔인해질 것이라며 자신이 87 헌법 체제의 문을 닫는 궂은 역할을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한동훈 "온전히 쉬어본 크리스마스이브…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직을 사퇴할 때 지지자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말 "저를 지키려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는 말로 이날 북콘서트를 열었다.
한 전 대표는 "젊은 시절 이후 제 삶을 돌아보니 크리스마스이브를 온전히 쉬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좀 지나면 뜨거운 마음과 기분 같은 감상만 남고, 팩트나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기록이 사라질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지난해 12월3일부터 16일까지 있던 일을 크리스마스 날 카페에서 적어봤다"며 책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안내견 태백이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05.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이날 한 전 대표가 가장 강조한 건 87 헌법 체제의 극복이었다. 한 전 대표는 "87 체제는 대단히 위대한 체제"라면서도 "수십 년 동안 헌법에 있었지만, 감히 그것까지는 하지 않는 절제의 정신이 서로 지켜왔던 암묵적인 룰이었고 그것이 지금 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극복하지 않으면 다음엔 더 잔인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87 체제 극복은 단순한 과거의 극복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고 했다.
또 "단순히 대통령제를 중임제로 하고 양원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AI(인공지능) 시대와 복지와 성장 선순환 시대를 만들기 위한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개헌이 안 됐던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는 구시대를 온몸으로 정리하겠다는 희생과 헌신이 없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87 체제의 문을 닫는 궂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대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선수 교체만으로는 우리는 더 잔인해지고 더 표독스러워질 것이다. 선수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를 꼭 해내야 한다"며 "저는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같이 하는 분들이 (북콘서트에) 많이 와주셔서 든든하고 고맙다"고 했다.
한동훈 "김 여사 문제, 尹이 분명 잘못 판단…친윤계, 직언했어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사진=
이날 한 전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제가 한 선택에 대해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지 않나. 그렇게 안 했으면 전 더 편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좀 불편해지고 손해 보더라도 전체 공동체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뭐든 해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선택을 하는 분들이 더 많아져야 나라가 좋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외부적으로 많이 보였던 부분이 △김건희 여사 문제 △의료사태 문제 △명태균 사태 △이종섭 △김경수 복권 문제 등"이라며 "그 사안들은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계시던 것이다. 국민들이 바꿔달라 소리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불편해지더라도 그걸 어떻게든 궤도수정을 하기 위한 일을 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오랜 세월 신뢰해온 감정을 상해가면서까지 하기 저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한 전 대표는 "권력은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그럴 때 옆에서 직언하고 바로 잡아가는 것이 좋은 정치다. 상황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서 안타깝지만, 오히려 저처럼 직언해야 하는 분이 많았어야 했다"며 "기분 맞추고, 같이 자리하고 그런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만났다고 자랑하는 분들은 그 시간에 직언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전 대표 북콘서트 현장 주변은 콘서트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북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지지자들은 콘서트가 진행된 100분 동안에도 유튜브 라이브 중계 등을 통해 북콘서트를 보며 바깥에서 자리를 지켰다. 북콘서트 현장에 도착한 한 전 대표는 차에서 내려 바깥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지지자들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북콘서트 현장은 한 전 대표 팬 미팅을 방불케 했다. 한 전 대표가 말을 잠시 멈출 때면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한 전 대표가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북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한 전 대표는 한 시간 넘게 참석자들이 들고 온 책에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북콘서트 현장엔 김태호·박정하·김예지·배현진·박정훈·정성국·진종오·우재준·한지아·김소희·곽규택·정연욱·고동진·안상훈·김건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