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다시 시작하겠다"…한동훈, 사실상의 대권 도전에 '함성' 가득

2025-03-05

5일 '북콘서트'서 77일 만에 복귀 알린 한동훈

"궂은 일 내가 하겠다"며 '시대교체' 카드 꺼내

尹·李·친윤 등 저격…'친중프레임' 정면 대응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4·10 총선,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 등극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풍경이 서울 마포구에서 펼쳐졌다. 붉은색으로 무장한 지지자들은 꽃다발과 플래카드를 두 손 가득 들고 줄을 지으며, 한목소리로 다시 '한동훈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그 뜨거운 환호 속에서 한 전 대표는 '시대 교체'를 선포하며 70여 일 만에 정치권으로의 복귀를 알렸다. 기꺼이 궂은 일을 도맡겠다고 나선 한 전 대표는 이날을 기점으로 사실상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최근 발간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열고 시민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콘서트가 시작되기 세 시간 전부터 한 전 대표를 기다리는 지지자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200명의 참석자 외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외부에서 북콘서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전 대표를 뜨겁게 응원하며 환호를 보냈다.

국민의힘 배현진·박정훈·정성국·우재준·김상욱·진종오·김건 등 이른바 '친한계' 의원들도 이날 북콘서트에 함께하며 한 전 대표의 정치활동 전면 재개에 힘을 실었다.

시민들과의 소통 자리인 만큼 한 전 대표는 검은색 가디건에 스니커즈를 신은 소탈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단상에 올라 "잘 지내셨느냐"며 청중에게 인사를 건넸고, 곧이어 "날 지키려 하지 말라. 내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여러분에게 인사했을 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만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의 길을 그때로부터 시작하겠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또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부터 당대표 사퇴까지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내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집 주변 카페에서 혼자 책을 보고 그랬는데, 12월 3일부터 16일까지 일을 내가 의식적으로 생각 안하고 머리를 비우려 했다"면서 "그런데 이브날 혼자 있는데 내가 갖고 있던 기억이 금방 다 날아가 버리겠더라. 선후관계가 또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하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지나가다 보면 뜨거운 마음과 기분 이런 감상만 남고 팩트나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기록 같은 게 사라져버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카페에서 휴대폰에 12월 3일부터 16일까지의 있던 일을 시간대별로 쭉 적어봤다. 그게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지난 겨울을 보내며 많은 분들이 고통스럽고 많은 분들이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단 말 먼저 하고 싶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는 거였는데, 기왕 일어난 상황에서 지금 어떻게 해야 좋은 미래로 갈 수 있을지 궁리하고 그 길을 찾아 용기 있게 결단하고 헌신하면서 나아가야 할 때다. 내가 여러분과 함께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갈채를 보내며 그를 응원했고 지난 겨울이 어땠는지를 묻는 한 전 대표에 "슬펐다"고 답하며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개헌'을 핵심으로 한 '시대교체'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기존 정치권을 정조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선수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하겠단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선수교체만 가지고는 더 잔인해지고 더 표독스러워질 것이다.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권의 일이라 그게 되겠어'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누군가 구시대의 '87 체제' 문을 닫는 궂은 일을 해야 한다"고 자신이 그 역할을 맡을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87년 헌법은 정치 주체의 절제 정신을 전제로 한다"며 "이재명 측이 하는 29번의 탄핵은 헌법에 (근거 조항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도 헌법에 있었다"고 일갈했다.

친윤계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 자주 만나고 그걸 자랑하며 다녔던 분들 많았지 않느냐. 그 시간에 직언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를 향한 강성 보수 지지층의 '친중 프레임' 공격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단 의지도 피력했다. 한 전 대표는 "진짜 친중하는 정치인들이 나보고 친중이라 하고 (대중들이 가짜뉴스를) 믿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가 혼탁해지고 민주주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궁금하면 내게 물어보라고 해라. 내가 답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두고 '계몽령'이라고 지칭하는 강성 지지층의 행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아니라 계엄을 저지한 정당"이라고 역설했다.

'친윤'과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정치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점도 있지만 큰 틀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위험한 세상이 오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당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공통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 행보의 재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며 일단 자세를 낮췄다. 그는 "헌재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전제를 두고 지금 북콘서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책 내고 설명하는 과정일 뿐이고, 헌재 결정 과정이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 정신에 맞는 결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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