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핵심은 기록이고, 기록은 바로 과거 데이터이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시대를 기록한 대표적인 데이터가 조선왕조실록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단일왕조를 기록한 큰 규모의 역사서이며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전주와 인연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존의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에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바친 항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조가 전란을 피해 평안도 의주로 피난하는 등 혼란 속의 처참한 현장이었다. 이러한 전란 속에서 조선왕조실록도 많은 문화재와 함께 전쟁의 참화를 비켜 갈 수 없었으며 한양의 춘추관 사고 등 다른 곳은 모두 소실되었다.
천만다행히도 우리의 전주사고 실록만은 온전히 지켜졌다. 하지만 전란의 위기 속에서 전주사고 실록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한자리에 고이 모셔두고 간수해서 저절로 보존된 것은 아니다. 역사 기록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읍지역 선비 손홍록, 안의를 비롯한 여러 백성들이 혼신을 다해 우리 기록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한양까지 왜군 수중으로 들어가자 두 유생은 1,300여 권 60궤짝이 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내장산으로 옮긴 후 안전하게 보존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때 옮기지 않았다면 정유재란 당시 전주성 함락과 함께 여지없이 불타버렸을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노력으로 임진왜란이 끝난 후까지 무사히 보존되어 오늘날 세계에 자랑스러운 기록문화 유산으로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현대에 비추어 보면 바로 한자로 기록된 국가 데이터이다. 외부 침략자 왜군들의 위협으로부터 실록을 무사히 보존했듯이 국민의 소중한 병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무청도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보호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병무청은 ‘사이버안전센터’를 10년 전부터 운영하며 범국가적으로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보안 전문인력이 통합관제시스템을 활용하여 병무행정시스템에 대한 실시간 보안관제를 365일 연중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병역의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병역자료를 분산 보관함은 물론이고, 각종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대용량 로그분석 시스템과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유출 방지를 위한 통합 감시시스템, 개인정보 접근통제시스템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화된 보안 관제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지능형 보안관제 및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등 최신 보안 위협에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 체계 고도화를 지속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 정보보호를 위해 해킹에 대한 모의훈련, 악성코드 이메일 대응 절차 숙달 등의 활동을 하며, 일상 속의 정보보호가 실천되도록 각종 이벤트 행사 등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안활동으로 지난 5년간 7,000여 외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나 해킹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선조들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이어받아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악의적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소중한 병역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성실하게 이행한 우리 국민의 자료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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