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이야기 구조 구체적 언어로 쓴 시 56편 수록
'끝'은 소멸 아닌 언어적 표현...시적 울림 표현 돋보여

익숙한 삶의 장면을 낯설고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착하는 홍철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더푸른)을 펴냈다. 첫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서정적 감수성과 서사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에 수록된 56편의 시들은 정밀한 이야기 구조와 구체적인 언어들로 촘촘하게 엮었다. 더욱이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은 시적 사유의 발효와 성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특히 시인은 ‘끝’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울림을 시를 통해 보여준다. 끝의 실체는 소멸이 아닌 언어적 표현물의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끝을 입에 물었다/안에 머물러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혀를 반쯤 접어/읽지 말아야 할 오늘//그대는/부산행 밤기차를 타고/만날 수 없는 객실 번호를 쥐고 있다//무작정 펼친 치장 사이로 김이 서리고/사라지는 건 풍경이 아닌 이야기//도착 대신 끝이란 말을 적어 본다/물방울로 맺혀 흘러내리는 끝/안부가 그렇게 멀어졌다 (‘끝’ 부분)
시인은 끝의 이미지를 차용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전개 방식을 택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인의 깊은 사유를 독자들이 오래 곱씹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다양한 방황과 일탈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가치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도 또한 하나의 시적 진화이자 극적 드라마와 같은 현상으로 읽힌다”며 “두 번째 시집이 이룩한 시적 사유의 성숙과 시적 진화의 모습은 인식의 전환에 이르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2017년 <시와표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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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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