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국회 찾은 전직 아이돌 "K팝 기형적 성장 막아달라"

2024-09-30

[비즈한국] K팝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품이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깊다. K팝의 상징인 아이돌은 이른 나이에 발탁돼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노동권과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다. 데뷔조차 못 한 무수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비즈한국은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시리즈를 통해 K팝이 성장하는 동안 외면했던 문제점을 짚고, 다각도로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K팝을 만드는 이들이 건강해져야 K팝을 즐기는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동·청소년 문화예술인, 이른바 미성년 아이돌의 인권 실태를 다룬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K팝 관련 종사자들이 연습생 인권 문제, 부당한 대우 등을 설명하고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국회에 간 아이돌, K-POP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30일 열린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김준혁·박수현·임미애·장철민 의원과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가 주관하고 ‘​비즈한국’​이 후원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이 사회를 맡고 방민수(전 틴탑 멤버), 노혜란(전 브레이걸스 멤버), 허유정(전 단발머리멤버, 현 K팝 연구자) 등 전직 아이돌이 직접 토론회 참여해 활동 당시 겪은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이어갔다.

방민수는 아이돌에게 최소한의 ‘월급’이 주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부분 아이돌이 전속계약 이후 계약금 300만 원으로 7년 동안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어떠한 금전적 활동도 할 수가 없다. 대부분 부모님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속 계약 7년 후 아이돌이 무엇이라도 시도하려면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혜란은 아이돌이 을의 입장에서 기획사에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만 성장해 자생력이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개인 의견을 말할 수 없고, 오로지 회사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숙소 생활과 함께 휴대폰도 없는 곳에서 단 1원의 경제력도 없이 자아를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이 묵살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허유정은 아동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 관리의 교육적 부재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특히 전문성 없는 직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교육하는 현 아이돌 육성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는 “전문 교육자의 부재로 인해 아이돌 연습생은 부당한 대우와 억압을 경험한다. 이로 인해 아이돌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연습생의 보호 구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 △아이돌 연습생 건강 검진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개별 토론에는 전다현(비즈한국 기자), 이종임(문화연대 집행위원), 노종언(법무법인 존재 대표 변호사), 조정희(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 과장), 김현목(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과장),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등 K팝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토론자들이 참여했다.

우선 전다현 기자는 6개월간의 취재 과정과 아이돌 인권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미성년자 연습생이 당하는 성폭력 △무급 노동 △방치된 신체 등의 실제 사례를 들며 연습생 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는 실태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문체부에서 현재 연습생의 정확한 수를 알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은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설문에 응답한 ​등록 업체의 답만을 보여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돌 현황에 대한 ​교육부의 ​허술한 관리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아동 노동법 등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법률을 참고해 우리나라의 아동 노동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2016년과 2024년이 아이돌 인권의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아이돌 실태와 관련해 관련 부처의 정기적인 현장조사와 데이터 수집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엔터 업계와 교육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정부가 꼭 구체적인 현장 조사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종언 변호사는 아이돌의 법적 지위 문제를 살폈다. 그는 아이돌을 아티스트면서 소속사에 매출을 일으켜주는 상품에 빗대어 설명했다. 또 전속계약상 근로자라고 보긴 어렵고 특수한 동업계약의 형태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상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으며 소속사에 속해 소속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성격도 일부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아이돌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미지급 정산금이 보호가 안 된다면 소속사 혹은 소속사 대표가 변제하거나 책임져야 한다. 최소 최저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미리 선지급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정희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 과장은 “아이돌 연습생의 수면권 휴식권 학습권 등에서 많은 침해가 있었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수차례 권고를 했지만 반영된 것은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과 관련한 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현목 문체부 과장은 “정부도 권고받은 가이드라인 등 법 제도들을 마련하고 노력하지만, 현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 노동법도 1932년 제정된 이후 긴 시간 동안 발전해서 자리 잡은 만큼 정부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티스트들의 권익이 개선되지 못한 것에 대해 “연습생, 아이돌, 기획사 등의 입장이 달라 의견을 합치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기획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외형적인 성장을 많이 했지만 아직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 등의 시대에 인식이 머물러 있다. 기획사들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익명을 요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도 참석해 반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문화예술인의 인권에 대해 기획사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도 연습생을 하기 때문에 기획사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학원에 위탁 교육을 하고 있다. 일반 학생들과 같이 배우며 사회성을 길러주는 수업을 한다. 또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최소한의 성적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 친구들은 내신을 최소 등급까진 받을 수 있도록 성적 관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을 끝까지 지켜본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사람이 일단 살고 봐야 한다. 최소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생존권’ 보장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대중문화산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는데, 22대에는 꼭 통과시켜 최저 기준선이라도 확실하게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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