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옥상에서 투신한 특성화고 실습생, 8년 만에 산재 인정

2025-01-18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내 중소기업에서 일하다가 공장 옥상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8년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10-3부(재판장 하태한)는 지난 10일 박모씨(26)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2017년 9월 당시 안산시 소재 한 특성화고 3학년이던 박씨는 ‘신용금속’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회사는 박씨가 뇌전증 치료를 받아왔다는 걸 알게 된 뒤 그를 해고했다. 학교로 돌아온 박씨는 그해 11월7일 ‘에스제이폼웍스’와 근로계약을 맺고 다시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 그는 다른 노동자들과 원료배합을 하다가 실수를 해 회사에 1000만원가량의 손실을 입혔고 이후 제품 포장, 청소 등 단순업무만 맡게 됐다.

박씨는 같은달 16일 배합통 청소 중 선임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정규직 연구원과 비교까지 당했다. 이후 담임교사에게 전화해 하소연을 했지만 교사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지 생각해보고, 버티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씨는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회사 공장 옥상에 올라가 투신했다. 다행히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뇌손상,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박씨 측은 투신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산재 불승인 처분을 하자 박씨 측은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근로복지공단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료배합 중 실수를 하면 ‘월급이 날아간다’는 교육을 받았던 박씨는 실수로 회사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것에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상황에서 박씨는 선임에게 욕설을 듣거나 정규직 연구원과 비교를 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교에 돌아갈 수 없었다. 병력 때문에 복교 후에는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하는 학생이 자신을 포함해 반에 2명뿐인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담임교사에게 하소연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화를 받은 교사가 공감하지 못하고 ‘버티라’는 취지로 말하자 박씨는 극도의 우울감, 절망감에 빠져 투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박씨에게 뇌전증이 있었지만 취업 가능한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뇌전증을 박씨의 취약요인으로 보더라도 박씨가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이 취약요인에 겹쳐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도록 했다고 봐야지, 이른바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업무와 투신 간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전국특성화고노조는 성명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이슈가 된 후인 2023년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강제근로 금지’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며 “하지만 여전히 현장실습생은 ‘학습 근로자’라는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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