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자동차부품제조회사 A회사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플라스틱 소재의 수공구가 압축성형기에 끼어 압착되다가 튕겨 나오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다.
위 사건의 사고는 A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협력업체 근로자는 압축성형기에 원재료를 투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원재료가 잘 투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업표준에 없는 수공구로 원재료를 두드려 투입했다.
문제는 작업자가 사용하던 수공구를 실수로 설비 내에 둔 채 옆의 설비로 작업을 위하여 이동하면서 발생했다. 설비에 둔 수공구가 설비 내부의 압축 진공 챔버로 빨려 들어갔고, 진공 챔버 내에서 압착되다가 설비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튕겨나간 수공구가 약 7m 거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같은 협력업체 소속의 다른 근로자 이마를 강타했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근로자는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합리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보았다. 사고가 발생한 압축성형기는 200톤의 압력과 180도의 고온으로 작동하는 기계다. 이러한 조건에서 끼어들어간 물체가 녹거나 부서지지 않고 압착되다가 튕겨져 나올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 중에 A회사의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사고가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두지 않아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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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되어야 처벌 대상이 된다.
이 사건에서 비록 안전보건 전담조직은 설치되지 않았지만, 안전관리자가 사업장 순회점검을 통하여 유해·위험요인을 수시로 점검하였음에도 수공구의 사용이나 그로 인한 위험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안전보건 전담조직이 있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본 것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다하였다면 그러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에 대하여는 면책될 여지도 있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무죄의 결과보다도 위와 같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안전보건조치의 중요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