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설명하라

2025-07-02

최종 편집일 2nd 7월, 2025, 5:46 오후

“혐오와 단정의 언어로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가 김대진 제주도의원의 발언에 반박하며 내놓은 성명서의 제목이다. 교사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교원단체의 당연한 항변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기 방어와 불필요한 훈계적 태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대진 의원은 최근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교조가 언제부턴가 특정 이슈에만 목소리를 낸다는 점, 즉 ‘선택적’ 정의 실현을 비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전교조 직격한 김대진 제주도의원…”참 좋아했는데 실망, 미안하다 말도 없어”) 전교조는 1주일이 지나서야 성명을 냈지만, 반성이나 유감 또는 오해를 풀기 위한 적극적 해명이 아니라 교훈과 훈계로 가득 찬 선언문에 불과하다.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는 발언에 대해 설명하거나 반박하기보다, 본질과 맥락을 훼손해 교원 단체 스스로의 정당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매도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태도입니다” “교육적이지 않을 뿐더러, 공동체 회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전교조의 이 같은 언어는 마치 정치권을 비롯한 지역사회를 학생으로, 자신들을 교사로 상정한 듯한 어조로 들릴 뿐이다. 비판의 맥락은 외면한 채, ‘우리는 늘 약자와 연대하고 안전한 학교를 위해 싸워왔다’는 주장을 나열할 뿐이다. ‘네가 잘 모르는구나. 내가 가르쳐줄게’라는 방식으로 읽히기 쉽다. 비판과 토론의 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심을 담은 설명이라는 점을 철저히 간과하고 있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사안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언급했지만, 성명서 발표 이전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대신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독립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직접 거리로 나섰다. 사안을 대하는 전교조의 결이나 온도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사의 고통과 죽음에는 즉각 대응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교사가 가해자인 사건에는 절차를 핑계로 한 발 물러선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교육 공동체가 바라는 ‘공정한 기준’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성명이 담고 있는 관념적 언어도 진정성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전교조는 ‘공동체’, ‘존엄’, ‘신뢰’, ‘회복’과 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구체적인 사례나 실천 계획과 맞물려 있지는 않다. 결국 비판을 수용하거나 토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성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상대의 언어 태도를 교정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감정적으로는 방어적이고, 태도상으로는 권위적이며, 언어적으로는 관념적이다.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설명해야 한다. 왜 지금 이 사안에 정치권과 도민사회가 움직이고 반응하고 불편해 하는지, 평범한 도민들이 제주교육의 무엇에 실망했는지, 전교조가 앞으로 지키려는 가치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없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전교조가 지금 보여줘야 할 태도는 훈계가 아니라 설명이고, 회피가 아니라 성찰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떤 말도, 결국 ‘우리만 옳다’는 자기 선언으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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