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노벨상 물리학자…“이야기 들려주세요”

2025-09-04

소녀와 마법의 칼

조르조 파리시 글·카밀라 핀토나토 그림

김지우 옮김 | 공존 | 84쪽 | 2만원

“얘들아, 잘 시간이야”라고 말해도 곧바로 잠드는 아이들은 잘 없다. 말똥말똥한 눈을 하고는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 하는 게 아이들이니까. 이럴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꿈나라로 이끌어야 한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조르조 파리시도 이야기의 효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를 손주들에게도 전하려 동화 쓰는 법까지 공부했다니 말이다.

<소녀와 마법의 칼>은 파리시의 ‘자작 동화’ 모음집이다. 물리학·생물학·천문학 등의 과학 문제를 일상 속 상황에 빗대 쉽게 설명한 ‘현실 부분’ 5편과 마법사·어리석은 왕·기사 등이 등장해 활약하는 ‘상상 부분’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찌르레기 떼의 운동과 같은 복잡계를 연구해 노벨상을 받은 파르시답게,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찌르레기 구름’에 숨겨진 비밀과 찌르레기처럼 날아다니는 마녀를 물리친 용감한 소녀의 무용담이 나온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옥수수만 좋아하는 어부와 마법사의 대결, 세 번째는 ‘원하노라’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명령과 억지만 부리는 왕이 긍정과 배려의 언어를 알게 된 뒤 소원을 이루는 동화를 담았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은 파리와 벌이 늑대에게 쫓기게 된 아이들을 구하고, 마지막 장은 가문의 명성만 믿고 공부와 훈련을 게을리한 형들과 달리 착실하게 훈련하던 착한 막내가 사악한 마법사를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로 끝난다.

유럽의 민담을 바탕으로 지은 파리시의 동화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권선징악이라는 전통적 교훈으로 귀결된다. 익숙한 클리셰도 보이지만 재치 있는 대사와 그림이 진부함을 상쇄한다. 소녀와 벌레 등 약하고 어린 존재도 위기를 해결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다정한 마음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을 전한다. 잠들기 전 파리시의 동화를 읽은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 꿈을 꿀지 상상이 간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