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가르침…가난하지 말아야 한다

2025-08-27

인간이 살아가면서 청소년기에 겪었던 체험은 그의 일생을 좌우한다. 그가 체득한 이념이나 도덕관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은 원초적으로 체험에서 배운다. 사마천(사진)이 친구 이릉(李陵)의 패전을 변호하다가 죄를 짓고, 사형과 벌금 50만 냥과 궁형(宮刑) 가운데 택일하도록 선택형을 받았을 때 그에게 돈이 있었다면 그 고통스러운 형벌을 피하여 벌금을 치렀을 것이다. 그는 역사를 써야 한다는 가훈 때문에 궁형을 선택했다지만, 사형보다야 궁형이 그래도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살아서 『사기』라는 찬란한 유산을 남기고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들었다. 그를 역사가로 가두어 두려는 종래의 인식과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그가 탁월한 경제학자였다는 점을 세상이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의 역사를 130권에 쓰면서 그는 왜 마지막 장(章)을 그 하고많은 이야기 가운데 돈 이야기(화식·貨殖)로 끝냈는가 하는 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사기 열전』 마지막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대는 산중에 숨어 도(道)를 닦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토록 가난한 주제에 인(仁)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나에게는 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그리고 어쩌면 이 말이 그의 진심이었을 것만 같은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인생 행복의 70%는 돈으로 살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다만 몹시 불편할 뿐이다. 인생이 너무 가난하면 다른 덕성마저 빛을 잃는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했던 사람은 야만이거나 성자일 뿐이다. “가난하면 형제도 남이다.”(『구약성경』 잠언 19 : 7) “일찍이 자신의 가난함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貧而無怨難).”(『논어』‘헌문’) 지혜의 첫 번째 덕목은 가난하지 않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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