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 불러온 행복 과시 경쟁....새로운 트렌드는 '아보하'

2024-09-25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입니다. 정말 평범한 하루,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것도 그렇다고 나쁜 일이 생긴 것도 아닌 그냥 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삶의 태도죠. 저희가 관찰한 젊은 세대는 최근 소위 '행복 피로증', 즉 행복을 자랑해야 한다, 과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탈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게 감지됩니다. "

'트렌드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매년 소비트렌드 전망을 내놓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말이다. 최신판인『트렌드 코리아 2025』(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의 출간에 맞춰 그는 대표 저자로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키워드 열 개를 중심으로 내년 트렌드 전망을 언론에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아보하'는 그중 두 번째 키워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과 닮은 듯 다른 점이 두드러진다. 소확행은 본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산문에 쓴 표현으로, 김난도 교수 팀이 2018년 트렌드 키워드로 삼으면서 국내에 널리 확산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소확행 개념이 너무 확산되면서 본질을 잃고 과도하게 피로해졌다는 것"이라며 작은 명품 구매나 가까운 해외 여행 등을 '소확행'으로 과시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아주 보통의 하루'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책 제목『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영감을 받은 말로, "굳이 행복까지 이르지 않아도,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행복'대신 '하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트렌드 코리아 2025』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아보하'가 소비에 나타나는 면면을 소개하는 한편 우려도 드러냈다. "이런 키워드가 나온 배경을 분석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고 있고, 젊은이들이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거라는 꿈을 꾸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다. 김 교수는 이를 자신처럼 고도성장기에 청춘을 보낸 세대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한다"거나 "내일은 원대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자란 것과 대비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굳이 남한테 과시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감을 키울 수 있다면 그것도 삶의 좋은 태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현재의 답답한 상태가 지지부진하게 계속되리라는 경제전문가들의 내년 전망을 전하며 "이렇게 정체하는 시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해진다"고 꼽았다. "첫째는 작고 민감한 것들이 중요해지고, 둘째는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해지죠. 사람들이 자꾸 현재 지향적이 되는 겁니다."

이는 '아보하'만 아니라 작고 귀엽고 무해한 것을 사랑하는 트렌드를 가리키는 '무해력', 자기계발 등을 위해 롤모델이나 전면적인 개조법을 따르는 대신 도달 가능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원포인트업' 등의 키워드와도 맞물린다. 같은 제품에 개인적 꾸밈을 중시하는 '토핑경제', 로봇을 비롯해 신기술이 사람 얼굴을 읽거나 흉내 내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페이스테크', 사회적·문화적으로 세계화·로컬화의 뒤섞임을 포착한 '그라데이션K', 그리고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전략'도 내년 트렌드 키워드에 포함됐다.

가장 첫 번째로 제시된 키워드는 잡식성을 뜻하는 '옴니보어'. 성별, 나이, 소득 등에 따른 소비의 전형성과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개개인의 차이가 커지는 소비 시장 변화를 가리킨다.

내년은 뱀의 해. 열 개 키워드의 영문 표현 첫 글자를 엮어 만든 표현은 '뱀의 감각'을 뜻하는 'SNAKE SENSE'다. 김 교수는 "디테일한 작은 차이를 발견해 거기서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게 아닌가 한다"며 "그런 점에서 '감각'을 강조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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