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잠버릇으로 여겨졌던 코골이가 사실은 뇌 건강을 위협하는 조기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미국 신경과 전문의 바이빙 첸 박사의 발언을 전했다. 첸 박사는 “코골이는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코골이가 잦고 소리가 큰 경우 수면 중 호흡이 멈췄다 다시 시작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차단되고, 미세한 혈관 손상이 발생해 치매나 무증상 뇌졸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MRI 분석 결과에서도 코골이가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회백질을 손상시키고, 특히 기억 형성에 중요한 해마의 위축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첸 박사는 “코골이 빈도가 높을수록 낮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졌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10년간 1만8000여명을 추적한 결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현저히 높았다고 밝혔다. 뉴욕대 연구진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는 경도 인지장애가 평균보다 10년 이상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도 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첸 박사는 “단순 코골이만으로도 깊은 잠을 방해하고 뇌 회복 과정을 저해한다”며 “코골이 소리의 진동이 뇌를 자극해 깊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잤다고 느껴도 실제로는 회복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21년 다국적 연구에서도 코골이가 뇌파 활동을 변화시켜 깊은 수면 뇌파(델타파)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코골이와 무호흡은 주로 기도의 구조적·기능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비만, 음주, 코막힘, 목·턱 근육 약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체중 감량, 음주 줄이기, 옆으로 자기 등 생활습관 개선이 도움이 되며, 심할 경우 양압기·구강 장치·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심한 코골이나 무호흡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수면다원검사 등 전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