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① 스승의날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의 대선 정책제안서 전달식이 열렸다. 대한교조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독립 교원노조”라고 단체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용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조정훈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대한교조는 국민의힘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교육과정 내 정치편향 차단 등 31개 정책을 제안했다.
#장면② 나흘 뒤인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선 김문수 후보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의 교육정책 협약식이 열렸다. 김 후보는 이날 ‘우리는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적극 수호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재훈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이사장(온누리교회 목사)은 “2020년대 사립학교 공영화 등 사립학교들의 건학이념 구현을 방해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독교 학교에 반종교인, 비종교인이 교사로 들어올 수밖에 없고 대안학교는 국가 지원에서 배제된 채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교육정책 행보에는 평소 극우 인사나 기독계와 가까웠던 후보의 평소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가 보수 교원단체의 대표 격인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를 제치고 다른 보수 교육단체와 손을 잡자 교육계 인사들은 “예견된 행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의 교육정책 파트너는 주로 교총이었다. 교총은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하윤수 당시 교총 회장과 두 차례 만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지난 9일 강주호 교총 회장과 면담을 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교총과 만나지 않았다. 교총 관계자는 “대선이 급하게 치러지다 보니 일정이 안 맞았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국민의힘이) 저희와 공개적으로 접촉하지 않은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대한교조’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어떤 단체?
‘대한교조’의 모태는 뉴라이트교사연합이다. 2008년 당시 두영택 뉴라이트교사연합 상임대표가 1대 위원장을 맡으며 출범했다. 복수의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아 접점이 없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이름을 듣게 됐다” “조합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대한교조 교과서연구회가 대안교과서인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를 펴냈지만 주목하는 이는 드물었다. 연구회는 교과서를 소개하며 “음울한 역사관에서 벗어나 늠름한 역사관에 목말라 했던 모든 사람에게 단비가 되어줄 책”이라고 했다. 이들은 현행 교과서에 대해 “독재라는 혐의로 역대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 드러내며 편향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가 정책에 불합리하게 반대하는 것’을 민주화라고 가르치며 학생들을 촛불 시위에 나가도록 부추겼다”고 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보수 기독교 사학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담겼단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학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한편, 기독교 계열 대안학교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훈 이사장(온누리교회 목사)은 지난 2월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서 “현재 많은 교회들이 세운 대안학교를 제외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반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진화론적 가치관, 성 이데올로기 등 잘못된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을 ‘탄핵 반대’ 집회에 차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선 김 후보의 행보를 두고 “어느 정도 예측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가 그동안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2월 14일) 등의 발언을 하며 극우 기독계를 두둔해왔기 때문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김 후보가 제시한 교육 공약에선 극우적 색채가 드러나진 않지만 함께 하는 이들을 보면 교육정책의 극우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