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서른세 곳’의 희망과 기억

2025-12-02

등대들, 조용히 빛나는

문선희·가망서사·2만8000원

“기네스 세계 신기록, 고공농성 408일.” 사진작가인 저자는 2015년 여름, 우연히 한 기사 속 문구를 보고 멈칫했다. 고공농성 ‘신기록’을 돌파한 것이 마치 축하할 일이라도 되는 양 세상은 호들갑이었다. 사진 속 굴뚝을 내려오는 반백의 남자는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였고, 그가 굴뚝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소감”을 물었다. 얼마 뒤 저자는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이 259일간 광고탑에서 농성을 했던 옥천에 갔다가 광고탑이 사라진 것을 본다. 동네 주민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는 말했다. “누가 또 올라가서 시끄럽게 굴면 성가시니까, 진즉에 치웠지.”

저자는 2005~2019년 고공농성 장소 서른세 곳의 사진과 그 사연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말한다. “고공농성은 신문고였다. … 목숨을 걸어야만 울릴 수 있는 비통한 북.” 그들이 탑에 올랐던 이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세월은 흘러도 높은 곳에서 누군가가 외롭게 견딘 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독을 파는 의사들

애나 렘키 지음·중독성 처방약물에 신중을 촉구하는 의사들 옮김·오월의봄·2만2000원

집중하기 위해 집중력 향상제를 먹고, 기분을 더 좋게 하려고 기분안정제를 먹는다. 현대인은 약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이 중독의 원인이 된다면 어떨까? <도파민네이션>을 쓰고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점차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로 인해 약물중독에 빠지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한다.

치료나 상담보다 약 처방이 우선이 되는 이유는 의료시스템이 단기간에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을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먼 얘기만은 아니다. 관련 문제에 관심이 높은 국내 11명의 의사가 공동 번역했다.

입양으로 아기를 잃은 50만명의 여성들

데이비드 하우 외 지음·권희정 외 옮김·안토니아스·1만6000원

‘입양(入養)’은 아이를 들이는 관점에서 쓰인 단어다. 반대로 그간 아이를 보내는 이들은 어떤 감정을 겪어왔을까? 자발적이지만은 않았던, 입양을 보내는 이들의 시각에서 입양 문제와 역사,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나와 리영희

고병권 외 지음·창비·2만3000원

비평가로, 기자로, 학자로 한국사회에 대체 불가한 발자취를 남긴 리영희(1929~2010)를 기억하는 국내외 지식인 32명의 회고를 모아 낸 책. 황석영, 고병권 등이 인간 리영희를 둘러싼 역사와 삶을 추억한다.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디플롯·1만7800원

SF 작가 김보영이 쓴 소설 작법서. SF를 특별히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쓰다 보니’ SF 작가가 됐다는 그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일상 속 아이디어 떠올리기와 읽기,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