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진 인스턴트 음식을 연속으로 먹다 보면 칼칼한 파김치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당기기 마련이다. 유튜브나 쇼츠를 잔뜩 보고 난 다음 정신의 미각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책을 펼치는 것이다. 영상으로 뒤엉킨 머릿속을 정화하기 위해 활자를 섭취하고, 스마트 기기의 무중력 상태에서 현실로 착지하기 위해 ‘책’이라는 중력이 이용하다. 그러다 나 같은 도파민 중독자에게 딱 맞는 책을 발견했다. 김홍식의 『초월 신경증』은 150페이지 정도 되는 작고 얇은 책이라 주의력이 결핍된 독자들도 넘볼 만 하다.
‘초월 신경증’이란 저자가 만들어낸 용어인데, ‘콘텐트나 플랫폼 사이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월 감각의 착각과 좌절의 반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이 그 예다. 손가락 몇 번 까닥하는 것만으로도 시공간을 넘나들며 온갖 이미지와 정보를 여백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감각 마비가 일어나고, 현재는 부옇게 흐려진다. 우울증을 비롯한 신경증에 걸리기 딱 좋은 모드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증을 앓는 현대인의 시초를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찾는다. 그 역시 세상이 모든 지식과 쾌락을 누리고자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에게는 메피스토펠레스 대신 스마트 기기와 인공지능이 있다. 초월감각을 선사하는 세계에만 줄곧 ‘접속’해 있고, 실제 세계와의 ‘접촉’을 피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환각의 미로를 헤매는 현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조부 투파키는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한 나머지 우주적 허무주의에 빠져 악당이 된다. 그렇다면 파우스트 박사는 어떻게 영혼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조부 투파키의 파멸에 맞선 주인공 에블린의 반격은 어떠했는가. 저자는 이미지의 감옥에서 나오는 자기만의 ‘문’을 만드는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신의 동치미 국물이 무엇인지, 각자 찾아보는 것이 해독제가 될 것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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