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빌런의 도시학’을 펴냈다.

▲ 이재혁·정동훈 지음, 좋은땅출판사, 244쪽, 1만6800원
‘빌런의 도시학’은 권력과 자본이 주도하는 톱다운(Top Down)식 도시계획과 소외된 자들이 주도하는 바텀업(Bottom Up)식 도시공간 만들기의 경계를 다소 비틀린 시각으로 조명한다. 저자 이재혁·정동훈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과 기능만을 추구하는 근대적 도시학에 의문을 제기하고, 권력과 자본의 영향력과 통제에서 벗어난 어두운 공간에서의 창조성과 에너지를 발견하고자 한다.
책은 빌런의 도시학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승자의 도시’와 ‘빌런의 도시’라는 극단적 개념을 대립시킨다. ‘승자의 도시’는 권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기능과 질서·균형을 추구하는 도시, ‘빌런의 도시’는 도시권력의 효율성과 상징이 주는 영향력에서 소외된 빌런들의 자생적 회복력을 추구한다.
특이할 점은 빌런의 도시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영화 속 빌런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활동하는 배경을 통해 도시공간의 이해를 돕고, 빌런의 정서적 요인이 도시공간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비트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일반 대중이 어렵게 생각하는 도시학에 대해 이해를 쉽게 해줌으로써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치다.
책은 영화적 서사를 활용해 도시의 ‘경계’와 ‘틈’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의 조연급인 빌런들은 권력과 질서의 중심에서 밀려나지만, 그들이 점유한 공간은 새로운 도시 서사와 창조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이러한 관점을 통해 도시계획이 단순히 효율과 통제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성과 회복, 관용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실제 국내외 도시개발의 구체적 사례를 들며, 반복 재생되는 도시개발과 원주민들 가진 정체성 소거 문제, 도시의 기억을 제거하는 현실이 도시사회적 갈등 요인임을 지적하며 전문가의 관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빌런의 도시학’은 단순한 영화 분석이나 도시론을 넘어 실제 도시민과 공간의 정서를 결합한 입체적 관찰을 제공한다. 계획과 통제의 논리 뒤에 숨은 배제와 소외, 인간적 감정을 포착하며,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감정과 기억, 경계를 고려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도시를 기능적·효율적 구조물이 아닌 살아 있는 무대로 이해하고, 도시의 ‘진짜 빌런’을 권력과 자본이라 비틀며 모두가 공존하는 관용적 도시를 꿈꾸는 통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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