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서구 학계는 청 말기의 실권자 서태후를 재조명하고 있다. 최근 나는 물과 배의 상징을 통해 서태후의 시각적·종교적 세계를 조망하는 발표를 들었다. 불교와 도교 전통에서 물결과 배는 해탈과 저편으로 건너는 길을 비유한다. 서태후가 자신의 생일 의례와 연희에 실제 선박과 인공 호수를 조성하여 시간관념을 선보이고 초월을 연출했다는 설명이었다. 상징과 의례, 조형물의 힘을 세심하게 다루는 예술적 전략가, 그리고 종교적 후원자로서의 서태후를 복원하는 시도다. 서태후가 관음보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관음보살을 자신의 초상화로 이용해 무대 연출에도 즐겨 사용했다. 온화한 시선에 연꽃잎을 타고 중생을 저편으로 건네는 자비로운 모습은 잔혹한 군주로서의 악명과 대조된다.

쇠퇴한 제국의 말미를 장악했던 서태후는 개혁을 억눌렀고 의화단의 실패한 봉기를 후원했기에, 청 왕조 몰락을 설명하는 손쉬운 표적이었음은 분명하다. 서구 세계가 만든 ‘드래곤 레이디’ 이미지는 그녀를 관능적이면서도 음험한 동양의 전형으로 고정시키며 악녀화 서사를 공고히 했다. 그런데 최근의 서태후 복원 작업은 그의 예술적·영적 면모를 다시 살려낸다. 이는 로마 폭군 네로 황제의 예술적 야심이나 피카소의 천재성이 여전히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유와 별다르지 않다.
미학은 종종 정치적 장막이 되어 권력의 선택과 실패를 흐리게 만든다. 오늘의 중국은 장막의 기술을 더 정교하게 다룬다. 불교 성보의 해외 순례, 거대한 사찰 복원, 전통 의복과 의례를 앞세운 국가 이미지는 모두 소프트 파워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문제는 과거를 단순히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권력을 윤색하는 데 동원된다는 점이다. 서태후는 초월의 이미지를 통해 제국의 위태로움을 덮어두려 했지만 가라앉는 배의 현실을 결국 지우지 못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소년중앙] 사랑·꿈·환상·낭만...샤갈의 색채로 찍어낸 모습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2/01/f4c0f437-d9c9-4d1a-85fd-7b3d2201213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