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식량안보, 중국 상황에 달렸다

2025-01-21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위기는 국내 이슈를 넘어 국가간에 전이돼 그 파급력이 커진다. 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제무역질서가 혼란을 겪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됐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식량안보가 위협을 받았다. 여기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닥칠 불확실성에 대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의 갈등으로 무역구조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었기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 없다. 당시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그 결과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량이 급감해 수출선을 부랴부랴 다른 나라로 전환해야 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급증한 것도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이처럼 중국이 글로벌 농산물 수급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즉, 중국의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수요량 증가는 국제 농산물 무역에 즉각 반영된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식량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7억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식량 수입량이 1억5800만t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곡물의 기본적 자급자족과 식량의 절대적 안보 확보를 목표로 제정된 ‘식량안전보장법’이 지난해 6월1일부터 시행되면서 식량 증산과 수입 감소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단기적 성과로 선전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또 2003년부터 시작된 재배면적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식량안보 강화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2024년 중국의 전체 식량 수입량은 감소했지만 대두 수입량은 1억500만t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5%나 늘었다. 이는 식생활 변화에 따른 유지작물과 사료원료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한편 중국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2024년 육류 생산량이 9641만t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수입량은 전년 대비 9.7% 감소한 667만t에 그치면서 국내 생산량 증가가 무역에 직접 반영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재정 투입과 기술 보급을 통해 식량 증산 국면을 이어오고 있지만,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세를 억누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식량 수입 의존도를 낮춰 ‘절대적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2024년 생산량과 수출입량을 기반으로 산출한 중국의 식량과 곡물 자급률은 각각 82%와 91%로 자급자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중국은 이미 식량을 포함한 전체 농산물 최대 수입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자국 먹거리의 해외 의존 비중이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글로벌 농산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더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농산물 주요 수출국간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부문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 통상질서의 재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국의 식량 수급 실태가 곧 글로벌 식량안보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이 우리나라 같은 수입국은 물론 수출국도 중국의 농산물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