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분은 줄이고 선택지는 넓혔다…승계·지배력·상장 잇는 '한 수'[시그널]

2025-12-16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김동선 형제가 한화에너지 구주 매각에 나서면서 재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일부 지분을 현금화하는 거래지만, 시점과 구조를 감안하면 단순한 유동화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거래는 한화그룹 3세 승계 구도가 사실상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공동 소유 구조에서 벗어나 각자의 역할과 지배력을 보다 분명히 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동선 형제는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의 구주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하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한화에너지 구주 매각은 올 3월 이뤄진 지분 증여에 이은 후속 조치로 읽힌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4.86%,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3.23%씩 배분되면서 세 아들의 합산 지분율은 40%를 넘겼고, 이에따라 경영권 승계의 큰 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분 증여 이후 한화에너지의 구주 매각이 추진됐다는 점에 대해 재계에서는 “지배력의 큰 그림을 먼저 확정한 뒤, 개별 자산에 대한 유동화와 재편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분 증여가 승계의 출발점이었다면 이번 구주 매각은 승계 이후 구조를 정돈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에너지는 세 형제가 공동으로 지배해온 핵심 계열사다. 과거 승계 초기에는 공동 소유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지만, 3세 경영 체제가 자리를 잡은 지금은 이 구조가 장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우주·에너지 등 그룹 핵심 전략 사업을 이끌고 있고, 김동원 사장은 금융 부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 및 신사업을 중심으로 각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역할 분담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핵심 자산을 공동 보유하는 구조는 효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 부회장 지분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장남을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을 분명히 하려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동원·동선 형제의 지분 일부가 유동화되는 구조는 공동 지배의 흔적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형제 간 이해관계를 단순화하려는 수순으로 읽힌다.

이번 지분 매각이 곧바로 지배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권을 넘기는 성격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부 투자자의 참여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검증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지분 정리는 세 아들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 규모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약 2975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 회장이 2006~2007년에 일부 지분을 증여했을 당시에도 세 아들이 약 1216억 원의 세금을 납부한 바 있어 이번 거래 역시 증여세를 염두에 둔 재원 마련 성격이 일정 부분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구주 매각은 상장을 전제로 하되, 실패 시 투자자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부 기업공개(IPO) 구조로 설계된 점에서 주목된다. 일정 기한 내 기업공개가 성사될 경우 투자금 회수는 상장을 통해 이뤄지지만, 상장이 지연될 경우 한화 측이 지분을 되사오며 연 5~6%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는 외형상 지분 매각이지만, 실제로는 상장을 염두에 둔 중간 단계의 자금 조달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최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법 개정에 따른 중복 상장 규제 이슈와도 맞물린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핵심 계열사와의 지배구조 연관성이 높은 만큼,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상장 방식과 시점을 조율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거래는 IPO 가능성을 열어두되, 실제 실행 여부는 제도 환경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구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 증여로 승계 구도의 큰 틀이 정리된 이후, 비상장 핵심 자산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공동 소유 구조를 정리하고 장남 중심의 지배력을 보다 분명히 하면서도, 외부 자본을 활용해 중장기 전략의 선택지를 넓혀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그룹 3세 경영 체제가 정리 국면에서 운영 국면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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