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 자산의 연금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5일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는 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3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약 40%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세대가 황혼기에 빈곤으로 고통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연금화(annuitization)’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자산을 생활비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빈곤층으로 분류되더라도 주택 등 자산을 연금화할 경우 약 122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총재는 “유주택 고령자의 35~41%가 주택연금 가입 의향을 밝힌 만큼 제도 활성화를 통해 연간 34조 9000억 원의 현금흐름이 창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의 비자발적 자영업 진입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많은 고령자가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 35%는 연간 이익이 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 연장을 통해 고령층을 안정적인 고용 상태로 유지하고, 동시에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해 청년 고용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노인 빈곤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할 미래 과제”라며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노후를 만드는 것이 공동체의 책무”라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은행과 KDI가 공동으로 주최한 두 번째 행사로, 고령화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와 정책적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