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23일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우리 사회의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복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노인 문제는 여전히 심화하고 있다.
세대갈등은 깊어지고 정신적·신체적 학대 건수는 증가한다. 일자리 문제, 은퇴 후 소득부족 등 노인빈곤과 정보 접근 문제에 따른 디지털 소외,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부양가족의 부담이 증가하며 방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품고 경험과 성찰을 통한 지혜의 상징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기신문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들 노인이 처한 어려움을 돌아본다.

◇65세 이상 인구 20%…'초고령사회' 진입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 1289명)의 20%를 차지했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국내 주민등록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10.02%, 2011년 11.01%, 2013년 12.03%, 2015년 13.02%, 2017년 14.02%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에 들어 처음 15%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1월 19.05%, 12월 20%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08년 494만 573명에서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16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각박한 현실에 멍드는 노인들
65세 이상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가족 돌봄 부담과 요양 인력의 과로, 제도적 사각지대 등 문제가 쌓이며 폭력과 방임 형태로 표출되면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지법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3년간 노인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초까지 경기도 자택에서 아버지 B씨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배변주머니 교체를 제때 하지 않아 욕창과 화상, 전신 물집 등 치료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월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는 중국 국적 간병인이 요양병원에서 고령 환자를 폭행한 사건이 검찰로 넘겨졌다. 간병인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고 피해자는 장폐색과 탈장 진단을 받았지만 사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 6071건, 2020년 1만 6973건, 2021년 1만 9391건, 2022년 1만 9552건, 2023년 2만 1936건으로 증가했으며 학대 판정 건수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5243건에서 7025건으로 늘어났다.
노인학대 발생 원인으로는 돌봄 비용에 대한 부양가족의 과중한 부담 등이 꼽힌다. 또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장기간 간병한 가족이 신체적·정신적 과로를 느껴 폭언과 폭행,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 접근 및 디지털 격차, 세대갈등에 외면당한 노인들
가치관·소비 방식·문화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와 함께 온라인 중심 사회에서 중요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얻기 어려운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사회적 요인 등으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접근성 및 활용성에 차이로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는 세대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설 명절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 행사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지만 디지털 상품권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사용이 미숙한 계층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부정 유통의 가능성이 높은 지류상품권의 사용을 줄이고 디지털 상품권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디지털형 온누리상품권 결제 방식이 미숙하고 지류 상품권 사용이 익숙한 노인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수원시는 올해 지역화폐 '수원페이'의 인센티브를 10%로 확대하고 명절이 있는 달에는 인센티브를 20%로 지급하면서 지역화폐를 충전하려는 시민들이 몰렸고 지난 1월 1일 조기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충전하려는 경기지역화폐 앱 이용자들이 몰리며 접속이 폭주했고 대기 시간은 30분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앱 사용이 미숙한 노인들이 충전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갈등이 아닌 이해와 존중으로
노인 문제가 심화하면서 정부 및 각 지자체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정책,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 문제는 발생하고 초고령 사회에 진입 후 고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청년과 노인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고 각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노인 복지 정책의 일관성 유지, 생애주기별 정책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문제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예고되면서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했다"면서 "그러나 높아진 관심에 비해 복지 정책이나 행정은 촘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며 기존의 복지 정책들이 폐지되거나 생겨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 특성에 맞춰 이전 정책의 장점을 계승하고 미흡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에서는 청년과 노인을 갈등 구조로 보는 경우가 있다"며 "노년 세대는 국가나 사회를 위해 노력했고 청년 세대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책임지는 세대임으로 갈등 구조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생애주기별 정책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