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07〉글로벌 원전 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하여

2025-02-05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일단락지으며, 한수원은 3월 말까지로 예정된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최종 계약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탈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던 국내 원전 산업생태계는 복원을 넘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원자력의 중요성이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자력 누적 투자액의 규모가 신규 대형원전 시장은 최대 2400조원, 소형모듈원전(SMR)은 최대 1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0여년간 축적한 높은 원자력 기술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 생태계를 갖춘 우리나라 원자력이 글로벌 원전산업으로 비상할 다시없을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원자력은 세계 원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을까? 먼저, 대형원전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보자. 최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발표한 '원전산업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재정립 방안' 보고서에서는 설문 조사를 통해 우리 원전 수출의 최대 문제점으로 '한전과 한수원의 수출체계 이원화' 문제를 지적했다. 원전 수출 역량 고도화를 위해 원자력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등, 원전산업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원전산업 체계 개편이 필요하겠다.

또,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핵심 경쟁력은 튼튼한 국내 원전 공급망에 있으나, 이를 지탱해주는 국내 원전 건설사업은 정책적 불확실성 문제를 안고 있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기업 등이 원자력 전력을 합당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등 CFE 체제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원전산업은 고유 경쟁력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세계 SMR 시장에서의 선도체제 구축방안을 보자. 트럼프 2기를 맞으며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자립과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원전 수출모델의 원천기술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바, 대형원전 독자 수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되어 원천기술부터 확보해 나가는 SMR 국산화 개발 성공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 SMR 시장에서 핵심 주체가 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혁신형 SMR(i-SMR) 개발에 착수해 2028년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목표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는 2035년경 i-SMR 1기 운영을 계획했다. 또, 용융염원자로, 고온가스로, 고속로 등 다양한 비경수형 SMR에 대한 개발 및 실증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SMR 선도체제는 '민간중심 경쟁체제' 구축이 관건이다. 최근 중국의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DeepSeek-R1 개발 사례는 기술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SMR 개발에 많은 민간기업이 참여해 SMR 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shimh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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