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자급화 11~20% 수준
줄지 않는 중국·인도 원료 의존도
수익 구조 이해한 실질적인 제도 필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국가 필수의약품 제네릭(복제약) 원료를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변경하면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신약의 약가 우대 정책과 마찬가지로 제네릭 시장에서도 원료의 자급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원료를 국산으로 변경한 기업은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 약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은 크게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으로 구분한다. 원료의약품은 합성, 발효, 추출 등의 방법에 의해 제조된 물질로 완제의약품에 사용되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원료의약품을 제조해 최종적으로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완제의약품을 생산한다.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은 완제의약품 생산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만, 한국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20% 수준에 불과하다. 식약처의 ‘2024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수입된 원료의약품은 총 21만9904억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인도산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총 11억376억달러에 달한다. 수입하고 있는 전체 원료의약품 가운데 50% 이상을 중국과 인도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료의약품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공급을 중단하거나 수출 물량을 조절하면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원료의약품 자급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또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도가 낮아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 펜데믹 시기 인도는 자국민에게 사용할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중국도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원료의약품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펜데믹 이후에도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의약품 품귀 현상이 늘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촉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해 나설 수는 있지만 ‘굳이’ 더 큰 마진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의약품 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우리나라에서 원료의 국산화를 추진할 경우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원료의약품 국산화 지원 범위를 신약에서 제네릭까지 넓혔지만, 그 대상이 국가 필수 의약품으로 한정됐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또한 올해 신년 간담회에서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따른 약가 우대 정책이 필수의약품으로 한정돼 실질적으로 산업계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며 지적에 나섰다.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번 약가 우대 정책은 원료를 국산으로 바꾸는 완제의약품 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기업의 수익성까지 보장하는 등 근본적인 원료 자급화를 위해 정부가 다시 한번 칼을 빼 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