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정책, 생산성·경쟁력 우선돼야”

2025-02-04

‘유럽 동물복지 정책은 일단 멈춤.’

유럽연합(EU)이 기존 동물복지 정책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한국도 농가 사정에 맞춰 관련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최근 ‘덴마크 해외 사례’ 보고서를 펴냈다. 이는 주한덴마크대사관 초청으로 지난해 11월24일∼12월2일 현지 양돈 관련 농장·연구기관·기업체를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두 단체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또한 양돈농가 생산성을 고려해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생산성·경쟁력 유지가 먼저”=최근 유럽 양돈업계의 최대 화두는 새끼를 밴 어미돼지(모돈)에 대한 ‘스톨’ 금지 여부다. 스톨은 돼지 한마리가 들어갈 수 있는 개별 사육장을 말한다.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좋지만 돼지 활동 반경을 제약해 스트레스를 준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 양돈 강국인 덴마크는 어미돼지에 대한 스톨 사육 금지 규제를 2035년까지 유예했다. 정부가 2013년 스톨 사육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지만 농가 반발이 거센 데다, 스톨 금지에 따른 생산성 하락도 뚜렷해 실행이 계속 미뤄지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까지 스톨을 ‘군사(群飼·무리로 사육) 시설’로 변경해야 한다.

동물복지형 분만사 도입도 유럽 축산농가의 ‘뜨거운 감자’다. 덴마크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분만틀 면적을 기존 4.5㎡(1.4평)에서 6.5㎡(2.0평)로 늘리는 것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는 2040년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인 데 반해 생산자는 2045년까지 도입 시기를 늦추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한돈협회 측은 “덴마크 동물복지 정책은 농가 생산성과 경쟁력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수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덴마크는 돼지 마리당 생산비를 철저하게 분석한 후 생산비를 최대한 줄여 수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면서 “동물복지 관련 정책도 농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도입 시기 등을 정한다”고 밝혔다.

조 전무는 “우리나라 양돈농가는 이유자돈수, 어미돼지회전율, 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이유마릿수(PSY) 같은 생산성 지표가 덴마크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동물복지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양돈 정책은 생산자·정부 간 협의로 탄생”=EU 동물복지 정책은 ‘일단 스톱’ 상태다. 지난해 11월28일 유럽농업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동물복지 기준을 올해 재정립하려는 움직임 또한 감지된다.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농민 시위가 갈수록 잦아져 EU 동물복지 정책은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유럽이 동물복지와 농가 경쟁력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건 생산자가 참여하는 정책기구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덴마크에도 생산자가 중심이 된 농업위원회가 정부와 협상해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축산분야는 생산·도축·가공·유통·종돈·사료·약품·기자재·수출을 포함한 전후방산업 관계자가 다수 참여한다. 생산자단체로는 ‘데니시크라운’, 연구기관에선 ‘시게스(SEGES)’가 대표적인 구성원이다. 종돈회사인 ‘덴브레드’와 기자재업체인 ‘데니시 피그 아카데미’도 포함한다.

전은샘 한돈자조금 연구원은 “덴마크는 생산자단체와 정부 간 협의로 축산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생산자 측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대신 이를 따르지 않는 농가엔 양돈업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문수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