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통상질서 칼럼]트럼프 시대 무역전쟁, 공급망 안정화로 대비해야

2025-02-04

오랜 기간 우리 수출을 견인해 온 것은 국내 기업들의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었다. 이 시기에는 적정한 바이어에게 국내기업을 소개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출계약이 이뤄졌다. 차츰 글로벌 공급망 분업이 고도화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국내 소재·부품·장비를 찾으면서 단순 수출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상류로의 진입이 가능해졌다.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공급망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가시화 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중국 등 원자재 부국들의 수출통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높은 원부자재 대외 의존도를 고려할때 이제 수출이나 공급망 진입에 앞서 공급망 안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외 투자 및 해외 공급망 인수·합병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수입선 다변화는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샘플수입-시험인증-시제품 생산 및 시운전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체가능한 원부자재를 발굴해도 기존제품과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 국내외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할 경우 국내 공급망의 안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수출상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에는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연간 10조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며, 다양한 대체 공급망 발굴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공급망의 다변화가 필요한 게 비단 우리 기업뿐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각 국의 수입규제와 수출통제로 인한 새로운 무역장벽의 틈바구니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다. 과거에는 부품소재 조달에 문제가 없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공급(Just in time)에 관심이 있었지만 코로나와 보호주의를 경험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재고관리(Just in case)가 보다 중요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시장기회가 있다.

가격이나 품질뿐 아니라 신뢰성, 글로벌 스탠더드 등이 구매기준이 되고 있고, 효율성에서 안정성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판에서 한국은 꽤 믿을만한 대안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이러한 변화는 해외 비즈니스 현장 곳곳에서 확인된다. 항공분야 A사는 미국과 EU의 규제 대상국으로부터의 부품 수입에 제동이 걸렸다. 공급망의 전환을 위해 눈을 돌린 곳이 국내 항공업계다. B사는 역내 배터리.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공장을 짓고 싶은데 설비나 부품을 공급할만한 곳이 한국 외에는 마땅치 않다.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구매본부가 집결해 있는 상해에서는 요즘 한국으로 소싱 전환을 위한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가 바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공급망 파트너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반 거래에 비해 요구사항이 까다롭다. 인증, 공급망 실사, ESG 보고서 등 준비된 기업들만이 그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공급망 재편으로 시장에 큰 폭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재편된 세계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이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지원기관이 힘을 모을 때다.

안재용 KOTRA 수출기업실장 andya@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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