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 공산주의자의 열망이 더 컸다. 자신의 나라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려는 목표 말이다. 다만 권력 독점, 즉 이미 쥐고 있는 권력은 내놓지 않고 독재를 유지해야 했다. 경제적 성장을 위한 ‘개방’과 독재를 위한 ‘통제’라는 어떻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 불가능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이에 대한 노력의 과정이 지금 현대 중국의 현실로 나타났다. 경제 면에서는 G2의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인권 침해와 반(反)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비판을 받는다.
‘마오 이후의 중국(원제 China After Mao)’의 저자인 프랑크 디쾨터는 앞서 ‘해방의 비극’ ‘마오의 대기근’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민 3부작’을 통해 마오쩌둥의 공산주의가 중국 인민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현장감 있게 그려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오 이후로 시선을 돌린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후부터 2020년 시진핑 집권기까지 중국이 경제 기적을 이룬 시기를 분석한다.
저자는 “공산당의 주도 하에 질서정연하게 발전해 나가며 경제 기적을 일으켰다는 평가는 그저 외형적 서사에 불과하다”며 “초고속 성장을 거둔 지난 40여 년 간의 현대사 이면에는 강력한 통제, 모순과 환상, 끊임없는 권력 암투가 자리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속 독단적 행보, 서구의 간섭에 대한 적대감,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 체계를 갖춘 독재 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기대와 달리 궁극적인 목표는 민주주의 진영 합류가 아니라 그에 저항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현대 중국을 결정짓는 사건으로 저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1989년 발생한 6·4 톈안먼 사태다. 책은 ‘대학살(1989)’이라는 표제로 무려 40페이지에 걸쳐 전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앨런 도널드 영국 대사는 사망자 수가 2700명에서 34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한 비밀 회의에서 공안부 부부장은 1989년에 100만 건이 넘는 형사 사건이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등의 참혹한 결과가 나타났다.
저자에 따르면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에 새로운 경각심을 주었다. 국민들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가 이른바 ‘개혁·개방’이다. 마오가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5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2021년 1만 2000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아직도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20만 원)밖에 안 된다”(2020년 5월 리커창 총리)는 현실도 존재한다.
저자는 중국 지도자 대부분이 기본적인 경제학조차 이해하지 못한 데다 많은 경우 질적인 성장을 도외시하면서 성장률이라는 단 하나의 수치에 병적으로 집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많은 성장 부분이 부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영은행과 대기업들은 갚을 필요가 없는 정부 자금을 무한정 사용하면서 경제 지배력을 유지한다. 정상적인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은 이어진다.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는 총인구의 0.07% 수준이다.
책은 우울한 중국의 미래를 반영한다. “공산당이 직면한 과제는 권력 독점과 생산 수단 장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생적인 오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막다른 길에 봉착한 듯 보였다.” 3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