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도 ‘추춘제’(가을에 시작해 봄에 시즌이 끝나는 제도)로 갈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은 13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K리그 구단과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그라운드, 메디컬, 선수 등의 구성원들이 패널로 참석해 찬반 의견을 나눴다.
K리그가 기존의 춘추제가 아닌 추춘제 전화을 고려하는 것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도 대세로 바뀌고 있는 영향이다. 아시아 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가 추춘제로 바뀐 여파도 빼놓을 수 없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 같은 경우는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 전환을 결정하기도 했다.
연맹은 공청회 발제에서 추춘제로 전환할 경우 8월 젓 주에 개막해 혹한기 8주간 휴식기를 거쳐 2월 중순 재개해 시즌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1부리그 대표인 최정호 울산 HD 사무국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인 추춘제를 따라가면 선수 등록 등 다방면에서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반겼고, 윤지현 충북청주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1부에서 6팀, 2부에서 9팀이 정부 보조금을 받는데, 회계연도 문제로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하려면 일본 J리그를 지켜보는 게 어떻느냐”고 애둘러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추춘제 전환의 최대 장점은 역시 유럽 혹은 남미와 시즌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대 12주간 선수 등록을 허가하고 있는데, 춘추제인 한국은 이 부분에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에 큰 영향을 주는 외국인 선수 영입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최정호 울산 사무국장은 “선수 등록이 가장 큰 문제다. K리그 선수 등록과 ACL 선수 등록이 다르다보니 보강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는 원두재 선수가 중동으로 떠났을 때 등록 기간이 어긋나 보강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분에 타격을 입는 팀들이 ACLE 혹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에 참가하는 4개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수 등록을 유연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
춘추제를 유지하더라도 혹서기 경기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신광훈은 “여름철에는 한 경기를 뛰면 선수들이 5~6㎏이 빠진다. 이 때 주중 경기를 줄이고, 3~4월에 주중 경기를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추춘제 전환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혹서기를 피하는 대신 혹한기에 경기를 치르려면 필요한 시설 투자 등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연맹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늘 같은 공청회 등을 마련해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