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형배 "집단사고 빠지지 않으려면 재판관구성 다양화 필요"

2025-04-18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사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퇴임사를 통해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도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문현배 권대행 퇴임사 전문이다.

<전문>

저는 오늘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칩니다. 여정을 같이 한 여덟 분의 재판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수석부장연구관을 비롯한 연구부 구성원 여러분, 기조실장을 비롯한 사무처 구성원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대과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하 선생을 비롯한 파워테니스 동호회 여러분, 심총무를 비롯한 뚜동회 동호회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모였으니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보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도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헌법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됩니다.

셋째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어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요컨대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더 깊은 대화, 결정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질 때 헌법재판소는 사회통합의 헌법상 책무를 다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아내를 비롯한 가족, 고등학교 동문들, 김훤주 선생을 비롯하여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하겠습니다.

2025. 4. 18. 헌법재판소 재판관 문형배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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