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와 백종원

2025-04-21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축제다. 지역사회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오는 30일부터 1주일간 95번째 잔치를 여는 ‘춘향제’다. 춘향제 하면 바로 남원, 광한루, 미스춘향, 판소리 등이 연상된다. 그런데 최근 이 전통축제에 뜻밖의 인물이 연계되면서 논란이다. 성공한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남원시는 지역축제 ‘바가지요금’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뜬금없이 ‘백종원 대표와의 춘향제 협업’을 발표했다.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백 대표를 축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렇게 백 대표는 남원의 ‘이도령’이 됐다. 축제 직후 남원시는 ‘춘향제 대성공’을 자랑했다. 언론은 ‘백종원 매직이 또 통했다. 남원을 살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면서 백 대표와 갈등을 빚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일부 지역 상인들을 ‘악덕 장사꾼’으로 치부했다. 남원시민의 소중한 자산인 춘향제가 일순간에 백종원의 춘향제로 각인됐다. 물론 바가지요금 근절 성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올봄 곳곳의 꽃축제에서도 확인됐다.

옛 명성을 찾지 못하던 춘향제가 지난해 ‘백종원 이름값’을 톡톡히 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춘향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가지요금이 아니라 백종원 대표다. 최근 백 대표의 권위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지역축제장 위생 논란을 비롯해 온갖 구설에 오르면서 그동안의 사회적 신뢰와 존경, 호의는 꼭 그만큼의 불신과 분노, 반감으로 바뀌었다. 서로 동행을 자랑한 춘향제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 대표의 춘향제 참여를 재고해 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그런데도 남원시는 백 대표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올해 백 대표의 참여폭을 더 확대하고, 향후 ‘백종원 테마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대한민국 대표 축제 춘향제가 백 대표의 브랜드 홍보와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그냥 흘려버렸다. 어이없는 일이다. 새로 그린 ‘춘향영정’을 둘러싼 논쟁이면 몰라도, 그 이름값에 막대한 혈세를 들여 끌어들인 사람이 논란과 지탄의 대상이 됐으니 말이다. 모두 남원시가 자초한 일이다. 특정 인물, 그것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존 인물의 명성에 기댄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굳이 백종원이어서가 아니다. 누구여도 마찬가지다. 지역축제는 지자체가 주도해야 한다. 외부 기업의 힘을 빌리면 ‘반짝 효과’는 낼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함께 떠안으면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여러모로 올 춘향제를 상세히 들여다볼 일이다. 축제의 정체성과 자생력, 지역경제 파급효과, 기업참여의 명암 등을 선입견 없이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부정적 여론 속에 백종원 대표와의 동행을 고집한 남원시 자체 평가에 객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 ‘춘향제 100년’을 준비하는 남원시민의 몫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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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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