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빈(23)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인근 더 클럽 앳 챗텀 힐스에서 열리는 LIV 골프 개인전 시즌 최종전에 나선다. LIV 골프는 이곳을 두고 “리그에 남을 선수와 떠날 선수, 팀과 재계약할 선수를 가르는 훌륭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인근에 자리한 챗텀 힐스는 인디애나에서 활동한 명장 피트 다이의 마지막 걸작 중 하나로, 까다로운 설계와 많은 함정이 있는 코스다.
지난해 KPGA 3관왕을 차지한 뒤 PGA 투어 Q스쿨 최종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LIV 골프행을 택한 장유빈은 이 함정 많은 옥수수밭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장유빈은 13일 현재 LIV 풀시즌 선수 55명 중 개인 랭킹 53위다. LIV 리그에서 방출되는 ‘드롭존’(49위 이하)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내년에도 LIV에서 뛰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최소 5계단을 끌어올려 ‘오픈존’에 진입해야 한다.
48위 헨릭 스텐손(5.52점)을 넘어서는 것이 1차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최종전에서 최소 5점(14위 성적)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스텐손이 점수를 추가하거나 다른 드롭존 선수들이 스텐손을 추월하면 목표 점수는 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10위권 성적이 나와야 안전하다고 본다.
장유빈 측은 “시즌 초반 해외 투어 적응에 애를 먹었고 스윙도 흐트러졌지만, 최근에는 안정세를 찾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얻은 점수가 1.28점에 그친 만큼, 한 번의 대회에서 5점 이상을 따내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의 시즌 최고 성적은 공동 21위와 공동 23위다.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출전권을 잃는다. 그럴 경우 내년 LIV Q스쿨 격인 ‘프로모션 이벤트’ 최종전에 나서 재진입을 노려야 한다. 만약 이마저 실패하면 KPGA나 아시안투어로 돌아가야 한다. PGA 투어와 그 산하 투어 대회는 LIV 참가 선수에게 1년간 출전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골프계에서는 장유빈이 올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는 관중의 응원을 받을 때 더 강해지는 스타일이다. PGA 투어 도전을 접고 LIV로 선회한 결정이 불러온 비판 여론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시즌 장유빈은 드라이브샷 비거리(315야드, 13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퍼팅(53위)과 스크램블링(48위) 등 쇼트게임이 부진했다.

같은 해 LIV에 합류한 북아일랜드 신예 톰 맥키빈은 시즌 톱 10에 4차례 입상하며 개인 랭킹 15위에 올라 대조를 이룬다.
한국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장유빈은 기량뿐 아니라 폭발력과 드라마, 쇼맨십까지 갖춘 선수다. 장유빈 측은 “마지막 대회에서 잘해주길 기대하지만, 이번 시즌 LIV 자리를 지키지 못하더라도 아직 젊고 값진 경험을 한 만큼 큰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약 올해 LIV 출전권을 잃는다면 PGA 투어 쪽을 향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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