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야경·꽃 농장·스파까지…나흘간 태국 두 도시 정복기

2025-12-02

인천에서 점심 때 이륙한 비행기는 해가 질 무렵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방콕·치앙마이 여행의 첫 장면이다. ‘왕들의 강’이라 불리는 짜오프라야강이 막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강가 선착장으로 향하니 첫날 밤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강 위로 옮겨졌다.

강 위에서 여는 방콕의 첫날 밤

디너 크루즈에 오르자 강 한가운데에서 방콕의 리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강가의 호텔, 고층 빌딩 불빛이 물 위에 비치고 ‘왓 아룬’ 사원과 왕궁, ‘왓 포’ 사원이 차례로 선실 옆을 스쳐간다. 데크 위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팝과 태국 노래를 섞어 부르고 각국 여행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흔들며 춤을 춘다. 태국식 커리와 똠얌꿍, 간단한 서양식이 섞인 뷔페를 한 접시씩 가져다 먹으니 어느 순간 “오늘 하루에 비행기 값은 이미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짓 센트럴 파크에서 보는 ‘방콕의 오늘’

둘째 날에는 방콕의 ‘지금’과 ‘옛 얼굴’을 한 번에 보는 풀코스를 돌았다. 먼저 방콕의 현재를 보여주는 도심으로 향했다. 룸피니 공원 맞은편에 문을 연 초대형 복합몰 ‘두짓 센트럴 파크’는 개장 직후부터 방콕의 새로운 심장처럼 뛰고 있다. 지하 파크사이드 마켓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맛집부터 로컬 길거리 음식까지 빽빽하게 들어섰다. 위층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태국 디자이너 숍이 한데 섞여 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인 통로는 현재형의 도시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즘 방콕 사람들은 주말에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 ‘두짓 아룬 스카이파크’에 올랐다. 도심 한가운데 넓게 펼쳐진 옥상 정원은 빌딩 숲 대신 나무와 수경 시설이 반겨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전망대에 서면 빽빽한 방콕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해 질 녘 붉은 하늘과 건물 불빛이 겹치는 순간은 값비싼 전망대 티켓이 없어도 충분히 ‘한 장면’이 된다.

왕궁·사원에서 만나는 ‘옛 얼굴’

오후에는 방콕의 오래된 얼굴을 찾아 왕궁(그랜드 팰리스)과 왓 프라깨우(왕실 사원), 왓 포, 왓 아룬으로 이어지는 고전 코스를 밟았다. 금빛 장식으로 빛나는 궁궐과 사원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곳이 관광지라기보다 여전히 살아 있는 종교·왕실 공간이라고 느껴진다. 드레스 코드와 사진 촬영 규정이 엄격해 입구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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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찾은 꽃밭과 스파의 여유

셋째 날 아침,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타이비엣젯 국내선을 타고 약 1시간 20분을 날아가면 공기가 부드러워지는 도시, 치앙마이가 나온다. 도착 후에는 곧장 치앙마이 외곽의 ‘마이 가든 플라워팜 & 오렌지 농장’을 찾았다. 언덕을 따라 꽃밭과 과일나무가 겹겹이 펼쳐진 곳이다. 오렌지와 딸기를 직접 따서 바구니에 담아보는 체험이 인기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커플·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는다. 방콕에서 하루 종일 유리와 네온사인을 보다가 여기서는 흙길과 초록을 볼 수 있다.

넷째 날에는 치앙마이 시내와 주변을 자유롭게 둘러본 뒤, 여행 마지막 밤을 스파에서 마무리했다. 치앙마이 시내 스파에서 란나식 마사지를 받으며 일정을 정리했다. 허브 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방 안에서 전통 지압과 스트레칭, 아로마 오일 마사지가 이어지면 며칠간 걸어 다니며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가성비 여행’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항공비를 아낀 대신 몸을 제대로 풀어주는 데 투자하기로 한 선택이 만족스럽다.

LCC 시간표가 만든 ‘밀도 여행’의 공식

이 같은 4박 5일 일정의 배경에는 인천~방콕 구간을 잇는 타이비엣젯 노선이 있다. 인천에서 정오 무렵 출발해 방콕에 오후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라 첫날 저녁부터 짜오프라야 크루즈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둘째 날에는 방콕 도심과 왕궁·사원 일대를 하루에 묶어 둘러보고, 셋째 날 아침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해 꽃농장과 치앙마이 시내를 즐긴다. 넷째 날 치앙마이에서 여유로운 일정을 보낸 뒤 밤에 방콕으로 돌아와, 다섯째 날 새벽 인천행 비행기를 타는 구성이다. 주말이나 연차 하루를 붙여 다녀와도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기 좋다.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이어지는 국내선 역시 같은 항공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좌석 클래스는 에코·디럭스·스카이보스로 나뉘고 기내 수하물, 위탁 수하물, 기내식 포함 여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전형적인 저비용항공사(LCC) 방식이다. 생수·커피·컵라면·맥주 등 기내 식음료는 모두 유료지만 필요할 때만 골라 사 먹을 수 있어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이번 방콕·치앙마이 여정은 또 다른 선택지인 셈이다. 기내에서부터 내려서까지 이어지는 ‘풀 서비스’ 대신 하늘 위에서는 최소한의 서비스만 이용하고, 대신 크루즈·도심 스카이파크·꽃 농장·스파 같은 경험에 예산과 시간을 더 많이 쓰는 여행. 동남아시아 LCC 시대에 태국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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