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화석 연료 비확산 조약’ 지지 확산

2025-10-2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보존 단체와 정부가 화석 연료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국제 협약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클라이밋 홈 뉴스와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화석 연료 생산을 자연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명시하고, 회원국들에게 화석 연료 추출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석유·가스·석탄 공급 문제를 다룬 다자간 포럼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결의로 평가된다.

이번 결의안은 1,400개 이상의 정부 및 민간 보존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통과됐으며, 화석 연료 추출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인권 침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명확히 지적했다. 또한 회원국들이 파리협정 이행과 더불어 새로운 화석 연료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바누아투의 랄프 리제네바누 기후변화·에너지·환경 장관은 “화석 연료를 확장하면서 자연을 보호할 수는 없다”며 “이는 지구 보존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최근 자문 의견을 인용하며 “각국 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번 결의는 오랜 지연 끝에 나온 지도력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IUCN은 이번 결의를 통해 세계환경법위원회가 화석 연료 공급 거버넌스의 법적 공백을 분석하고, 화석 연료 비확산 조약의 국제적 필요성과 상호 보완성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정의로운 전환’ 경로를 가속화하기 위한 기반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을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갱신해 제출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나 효율 개선은 포함되었지만 화석 연료 생산·사용 감축 목표를 명시한 국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톡홀름환경연구소와 기후분석연구소 등이 발표한 ‘생산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은 2030년까지 1.5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보다 120% 더 많은 화석 연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배출의 근원을 방치한 채 겉만 바꾸는 기후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7월 자문 의견에서 “국가는 심각한 환경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며, 새로운 시추 허가나 보조금 유지 등은 국제법상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미주인권재판소 역시 올해 초 “화석 연료 탐사·채굴·운송을 규제할 법적 의무가 각국에 있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국제법적 압박 속에서 콜롬비아와 바누아투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콜롬비아는 새로운 석유·가스 탐사 계약을 중단하고 석탄 발전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며, 화석 연료 비확산 조약 지지국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바누아투는 태평양 지역을 “화석 연료 없는 첫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국가 계획에 명시하고, 태평양 에너지 위원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을 ‘화석 연료 공급 감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한다. 생물다양성센터의 벤 골로프 선임 활동가는 “30년간의 기후 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석 연료 전환 속도가 더디다”며 “IUCN의 이번 결의는 각국 정부에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현재 콜롬비아와 바누아투를 포함한 17개국이 ‘화석 연료 비확산 조약’ 체결 추진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이 조약은 핵무기나 지뢰 금지 협약처럼 화석 연료 확산을 중단하고, 생산을 공정하게 단계적으로 감축하며,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국제적 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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