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 꿈꾸는 日축구 빌드업은 <캡틴 츠바사>에서 시작됐다

2025-07-25

일본에서 축구는 오랫동안 변방의 스포츠였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축구가 일본의 주요 스포츠 대열에 합류했지만 대중적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다. 1936년 창설해 1960~1970년대 일본 고도 경제 성장기와 함께한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축구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도는 초라했다.

그런 일본에서 축구가 대중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다. 일본 굴지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1980년부터 유럽과 남미의 최고 클럽 팀이 맞붙는 인터콘티넨털컵 대회를 후원했다. 일명 도요타컵 대회로 불린 이 단판 승부는 2004년까지 일본에서 펼쳐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과 남미 클럽이 펼치는 축구 경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1980년대 도요타컵 경기에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도요타컵의 성공은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창설해 올해에는 전 세계 32개 클럽이 참여하게 된 클럽 월드컵 대회의 밑바탕이 됐다.

도요타컵이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던 1981년 훗날 일본 축구의 운명을 바꾸게 될 축구 만화가 탄생했다. 다카하시 요이치 작가의 <캡틴 츠바사>다.

야구 만화가 스포츠 만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일본에서 축구를 소재로 한 <캡틴 츠바사>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주인공의 이름이 ‘츠바사(翼·날개)’였기 때문이었을까. <캡틴 츠바사>를 연재했던 만화 잡지는 문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동시에 이 작품이 연재됐던 1981~1988년에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유례가 없는 축구 붐이 불었고 초등학교 축구 선수도 급증했다.

1980년 일본 초등학교 축구 선수 수는 9만 1530명이었지만 1989년에는 24만 8167명으로 약 2.7배나 늘어났다. 2024년 일본 초등학교 축구 선수 등록 숫자가 약 27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캡틴 츠바사> 열풍이 불었던 1980년대가 일본 축구 저변확대에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축구에 날개를 달아 준 <캡틴 츠바사>는 수많은 일본 축구 소년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줬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축구 스타로 손꼽히는 나카타 히데토시는 “캡틴 츠바사를 보며 축구 선수로의 꿈을 키웠고, 만화에 나오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만화의 주인공 츠바사가 미드필더여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나카타를 비롯해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 하세베 마코토 등 유럽 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 가운데 미드필더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캡틴 츠바사>가 일본 축구에 미친 또다른 영향력은 선수들의 과감한 해외 무대 도전과 관련이 깊다. 만화에서 츠바사는 브라질 리그를 거쳐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했고 츠바사의 라이벌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유스팀에서 활약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츠바사의 도전 정신은 일본 선수들에게 유럽 무대 진출에 대한 비전과 용기를 심어줬다. 실제로 유럽 진출 선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본 축구는 이제 월드컵에서 8강이상의 성적을 노려볼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3월 소집된 일본 축구 대표팀 선수 26명 가운데에도 약 21명이 유럽파였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일본축구협회(JFA)는 2023년 ‘꿈을 위한 용기(Courage for Dream)’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 해에 일본 축구에 꿈과 용기를 일깨워줬던 <캡틴 츠바사>의 작가 다카하시 요이치가 특별공헌자 자격으로 일본축구전당에 헌액됐다. 이는 일본 축구의 저변 확대와 대중적 인기 확산은 물론 J리그 창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 만화 작가에 대한 JFA의 헌사였다. 일본축구전당에 헌액된 뒤에 다카하시는 “한 때 월드컵 본선에도 나가기 힘들었던 일본에서 J리그도 생기고 지금은 (월드컵)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화에서 츠바사의 꿈은 일본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이었다. 이미 <캡틴 츠바사>에 열광했던 유럽의 축구 소년이 성장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경우는 꽤 있다. 세계 시장에서 무려 9천만 부이상 판매된 축구 만화의 바이블 <캡틴 츠바사>를 보고 꿈을 키웠던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이상 프랑스), 페르난도 토레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스페인),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물론 아직 일본과 유럽 축구 강국과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월드컵 우승 목표를 만화 같은 얘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일본 축구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일본과 유럽 간의 격차가 매우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츠바사가 이루지 못한 월드컵 우승의 꿈을 언젠가 일본 대표팀이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가 생겨난 이유다. 그 원대한 꿈을 실현 하기 위해 JFA는 ‘유메(夢·꿈)’라는 단어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다카마도노미야 기념 JFA 유메 필드)에도 넣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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