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PW가 인정한 공정혁신… 한화에어로 美 코네티컷 항공엔진 부품기지

2024-07-01

입력 2024.07.01 11:10 수정 2024.07.01 11:10 코네티컷(미국) =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美 코네티컷주 위치한 한화에어로 미국사업장 방문

디스크, 블레이드, 회전축, 엔진케이스 등 생산

매출 50% 이상 차지하는 PW 위한 전용 생산라인도 구축

주요 고객사 인정한 공정혁신… 숙련공 100여명 수작업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체셔 사업장. 유독 높은 곳에 위치한 기계를 보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단단한 철로 이뤄진 동그란 부품이 중앙에서 돌아가며 물을 맞고 있다.

용접과 망치소리가 울려퍼질 것이라 예상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AU(미국사업장)에서 발견한 이 의외의 장면은 엔진의 팬 바로 뒤에 탑재되는 부품을 보호하는 '팬 허브 프레임(fan hub frame)' 케이스를 가공하는 공정이다. 눈으로보기엔 세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세한 오차를 줄이며 정교하게 깎아내고 있었다.

HAU의 사업장은 체셔, 뉴잉턴, 글래스톤베리, 이스트윈저 등 4개로 나눠져있다. 체셔사업장에서는 엔진 케이스 등 중소형 사이즈의 정밀 고정체를, 뉴잉턴에서는 디스크, 블레이드 등 회전체를, 글래스톤베리에서는 대형 사이즈의 엔진케이스를 생산한다. 이스트윈저에서는 레이저 가공과 용접 등 특수공정이 이뤄진다.

한국의 창원 사업장에서는 엔진의 부품 생산은 물론 조립, 엔진 출하까지 이뤄지지만 HAU는 부품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항공엔진 하나에는 약 2만 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한화는 이 중 한국, 베트남, 미국을 포함해 약 6000여 종의 부품을 만든다. HAU 4개사업장에서는 총 50여종을 만들고 있으며, 항공엔진 부품은 일반적으로 '원재료 검사-기계가공-특수공정-최종검사'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각 사업장마다 공정이 다른 탓에 이날 방문한 체셔 사업장에서는 부품 생산 공장치고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정교한 작업들이 주로 수행돼 기계보다 수작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었다. 기계를 통해 오차를 줄여 잘 다듬어진 부품들은 사람의 손으로 조립된다.

체셔사업장 한 켠에는 코네티컷 항공앨리에 함께 위치한 세계적인 엔진기업 PW에 납품하기 위한 생산라인도 따로 마련됐다. PW 엔진의 케이스 전용으로 만드는 생산라인인데, 이는 HAU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PW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PW는 코네티컷 항공앨리 내 HAU와 가까운 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HAU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는 김종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 엔지니어 팀장은 "코네티컷에 있는 엔진부품중 제일 중요한 것이 PW다. 가까운데에 본사가 있고, 공장도 있다"며 "PW의 매출 비중이 50% 를 넘기다 보니 특화된 전용생산라인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10분여간 이동해 찾은 HAU 뉴잉턴 사업장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항공 엔진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IBR(Integrated Blade Rotor)을 만드는데, IBR은 고부가 회전체 부품으로, 팬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회전체의 경우 항공엔진의 핵심 부품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PW에 납품하고 있는 만큼 HAU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HAU가 자랑하는 핵심 부품도 바로 IBR이다.

박명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TO는 "항공엔진 부품은 몇개의부품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어떤 부품에 특화돼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회전체는 핵심 부품으로 여러 품질문제에 부딪히는 부품이다. HAU의 특화된 품목은 바로 회전체"라고 말했다.

IBR은 PW에 납품하는 주요 품목이기도 하다. HAU의 경쟁력 중 하나이자 매출과 직결되는 부품인 셈이다. 이에 HAU는 뉴잉턴 공장의 생산라인을 현재 15개에서 올해와 내년 8개의 라인을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라인당 생산량은 연간 100개로, 총 23개 라인이 확보되면 연간 생산량은 2200~2300여 개로 늘어난다.

HAU는 4개의 사업장 규모를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코네티컷 항공엔진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HAU는 코네티컷 항공앨리의 환경적 이점을 통해 현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회전체 등 선도 기술을 확보해 빠른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25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법인이 출범한 2019년 2100억원 대비 약 20%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1000억 달러(한화 약 138억)의 설비투자도 단행했다.

향후 독자생산을 위한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PW를 비롯해 미국 현지 시장에서 주요 업체들과 가까이 위치한 만큼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고, 협력하며 경쟁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김 팀장은 "메이저인 롤스로이스, PW, GE 모든 OEM(Original Engine Maker)사와 협상하고있고, 이 가운데 RSP를 통해 프랫과 지분참여도 하고 있다. 향후 그런 기회가 GE, 롤스로이스와 있을 수도 있다"며 "세계 OEM사들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며, 각 회사의 장점을 잘 흡수해 우리 기술력과 접목한다면 나름의 첨단엔진을 만드는데 시간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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