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수능 개편 등 변화 속 의대 증원 불확실성에 혼란
저소득층 등 지출 확 늘어나…사교육 참여율 ‘80%대’는 처음
교육부 ‘AI 교과서’ 등 대책 제시했지만…되레 수요 늘 수도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29조2000억원)과 참여율(80%)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사교육 대책이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초등학교 사교육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치솟고, 사교육 진입 연령이 낮아지는 등 사교육 열기에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2028 수능 개편이 맞물린 입시제도 변화가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킬러 문항’ 폐지를 추진했지만 정책 효과가 미미했던 데다 의대 정원 증원 등 입시 불안정성을 키우는 정책으로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3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초중고에 국한한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이지만, 한 해에 1인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재수학원 학원비와 이날 함께 공개된 영유아 사교육비를 더하면 사교육비 총액은 훨씬 커진다.
초중고 학교급별로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5.8~11.1% 증가했다. 이 중 초등학생 사교육비 증가폭(11.1%)이 가장 컸다. 교육부는 무상 지원하는 방과후 수업인 늘봄학교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방과후 수업 참여율은 2023년 53.2%에서 지난해 50.9%로 감소했다. 영유아 때부터 사교육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면서 초등생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녀가 한 명인 가정이 많고 주변에서 다 같이 사교육을 하는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3과 고1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약 10% 늘었다. 이는 입시제도 변화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3 학생부터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2028 통합수능체제가 적용된다. 학교 내신과 입시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며 불확실성이 커졌고, 전년 소폭 감소했던 성적 상위 10% 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지난해 다시 76.6%로 증가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지난해 입시제도 변화가 커 중3부터 고교 입시 전략을 새로 짰을 것”이라며 “내신 5등급제와 함께 절대평가를 도입해 사교육 유인을 줄였어야 한다”고 했다.
사교육비 지출이 적었던 저소득층이나 읍면 지역에서도 사교육비 증가율이 컸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2.3% 늘었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증가율이 0.8%였던 점과 대비된다. 읍면 지역 학생의 사교육비도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이는 정부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정부에 사교육비 감소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추진을 사교육비 경감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발전특구는 특구 내 고교가 자사고 역할을 해 입시경쟁을 촉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 교과서는 사교육 업체들이 ‘AI 교과서 대비’를 홍보하는 등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올리는 쪽에 가깝다. 청소년단체 ‘아수나로’ 수영 활동가는 “정부가 에듀테크처럼 사교육 시장의 요소를 모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