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파올리나 & 루실: 안녕, 우리는 파올리나, 그리고 루실이다. 파올리나 루소는 우리가 설립한 런던 기반 브랜드다.
축하할 일이 많다. 한국에서 ‘뉴진스’ 의상 커스텀 디자이너로 주목받은 것부터 최근에는 LVMH 파이널리스트까지 지명되기도 했다. 소감이 어떤가?
루실: 축하해줘서 고맙다(웃음). 지난 2021년 파올리나 루소 첫 론칭부터 현재까지, 3년간 우리가 해온 일을 인정받은 것 같다.
파올리나: 특히 뉴진스와 함께한 작업이 자랑스럽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소녀시대나 2NE1 등 케이팝 그룹의 노래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뉴진스는 물론 뉴진스 스타일리스트 ‘최유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진정한 혁신가’라고 생각한다.
Ador
브랜드 초기부터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중점으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올리나 루소가 디자인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뭔가?
파올리나: 우리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경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는 캐나다 토론토 교외, 루실은 프랑스 시골 마을 출신이다. 아시다시피 작은 마을에 있으면 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축구를 하거나, 크로셰를 짜며 공예 기법을 연마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결국 우리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파올리나 루소 세계관이 탄생했다. 여담이지만, <젤다의 전설>을 영원한 뮤즈로 생각한다(웃음).
루실: 우리의 작업은 전통적인 공예와 현시대 트렌드를 결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할머니의 뜨개질 스웨터를 비디오 게임 캐릭터가 입을 것 같은 미래지향적 워리어 니트 아머로 재탄생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포츠 프린트를 데님에 새겨 우리만의 시그니처 와이드 핏 진을 만들기도 하고. 우리는 향수와 미래주의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하며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올리나 루소는 해체주의적 접근 방식과 더불어 저지나 스판덱스 같은 혁신적인 소재를 자주 채택하고 있다.
루실: 우리 팀은 모두 각기 다른 체형과 스타일을 지닌 여성들로 꾸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자신감 있게 소화해 낼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체형에 구애받지 않는 저지, 스포츠 스판덱스, 부드러운 울, 가벼운 데님 등의 소재를 활용하는 편이다.
파올리나: 우리는 사람들이 옷을 입었을 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어떻게 느껴지는지 등 사용자 니즈를 가장 고려한다. 그래서 새로운 스타일을 디자인할 때마다 우리 팀원 모두가 입어보고 느낀 장단점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 모두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핏을 개발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옷은 입었을 때 본인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옷이다.
Aidan Zamiri/Paolina Russo
요즘 패션계에도 업사이클링 소재가 자주 등장하듯 파올리나 루소 역시 업사이클링 소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업사이클링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나?
파올리나: 나는 과거에 사용된 흔적이 있는 소재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고대 유물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우리 시그니처 스니커 코르셋을 만들 때 사용된 업사이클링 신발이 대부분 그런 경우다. 신발을 해체하다 보면 과거 신발 주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축구를 하다가 긁힌 자국이나 인솔 내부에 적힌 이니셜처럼 아주 개인적인 것들까지.
루실: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신발들에게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거나 의류로 재탄생시켜 다시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또한 2000년대 초반 하라주쿠 스타일이나 애니메이션을 실물로 옮겨놓은 듯한 재치 있는 패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패턴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
파올리나: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화를 읽으며 자랐다. 특히 <모노노케 히메> 속 캐릭터 ‘산’은 우리 브랜드의 또 다른 뮤즈다.
루실: 지난 시즌에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 프린트 전공 학생인 ‘주주’가 우리 팀에 인턴으로 합류했는데, 우리와 취향이 비슷한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래서 ‘주주’가 만든 캐릭터 일러스트가 우리 패턴에도 사용되고 있다.
Ador
데뷔곡 ‘Attention’ 이후 뉴진스가 파올리나 루소가 제작한 의상을 자주 착용하고 있다. 뉴진스와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파올리나: 뉴진스가 데뷔했던 여름에 내가 서울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친구가 뉴진스 ‘Attention’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을 보여줬는데 우리 브랜드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들이 우리의 옷을 입을 거라고 예상도 못 했다. 당시에는 아이돌이 신진 브랜드를 입고 홍보해 준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너무 감동한 나는 즉시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스타일리스트를 수소문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다음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친구에게서 그 스타일리스트가 ‘최유미’라는 것과 그 역시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에서 만났다. 이후로도 서로 연락하며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대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보여준 뉴진스 스타일링은 정말 혁신적이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패션 업계를 완전히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근 이데일리 시상식에서 뉴진스가 착용한 파올리나 루소 커스텀 의상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루실: 파올리나 루소 시그니처 루소 와이드 핏 청바지와 플리츠 미니스커트 콤보에, 우리 팀 인턴 주주가 제작한 캐릭터 ‘카모’ 일러스트 프린팅 후디를 매치했다.
파올리나: 최근 한국에 갔을 때 빈티지 리서치를 많이 했다. 그중 2000년대 아카이브 스트리트웨어를 포착했는데, 스터드와 스팽글, 프린트로 대담하고 거침없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파올리나 루소 역시 프린트와 컬러 접근 방식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뉴진스 스타일리스트 ‘최유미’도 장식 디테일이 포함된 와이드한 실루엣에 유사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뉴진스 멤버와 토끼가 함께 있는 캐릭터 카모가 특징인 긍정적이고 밝은 옷을 만들고자 했다.
Paolina Russo
마지막 질문이다. <하입비스트>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올리나 & 루실: 우리를 응원해 줘서 고맙다. 에딕티드, 분더샵, 케이스스터디 매장에서 파올리나 루소의 새로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으니 꼭 가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