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단통법 폐지 이후 유통점은 어떻게

2024-10-01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1일 시행 10년을 맞았다. 올초 정부·여당이 단통법 폐지 논의에 불을 지핀 이후 22대 국회 들어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SKV1타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시행 10년을 “불공정 10년”으로 규정하고, 판매 채널·장려금 차별 금지를 우선 과제로 요구했다.

최근 단통법 폐지 이후 대안으로는 완전자급제가 거론되고 있다. 완전자급제는 통신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통신상품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기만 공급하도록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의 담합 구조를 깨면 제조사들은 단말기 가격과 기종 다양화로 경쟁하고, 통신사들은 요금제와 각종 서비스로 차별화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다. 소비자 불편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일부 결합 판매를 허용하는 절충형도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통신서비스만 판매할 수 있는 중소 유통망은 고사하고, 일부 대형 유통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당수 유통업체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KMDA는 “단통법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완전자급제 보다는 판매 채널간 ‘현저한’ 장려금 차별을 손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체들은 통신시장 왜곡의 근원이 ‘성지점’으로 대표되는 판매 장려금 차별 문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버스폰’ 등으로 휴대폰을 싸게 구매하지 못하면 ‘호갱’이 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별 없이 지급해 손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통신사 경쟁을 규제하면서 ‘특마(특별마케팅)’와 같은 음성적인 온라인 판매채널이 생겨났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많은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해 소위 ‘성지점’으로 불리는 곳들이다.

KMDA는 대리점·판매점에는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고, 온라인 채널에는 더 많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통신사들의 불공정 행위가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단통법 폐지 후 과도한 지원금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없으면 노인·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이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홍기성 KMDA 이사는 “유통업체들이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이 ‘생존단가’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면서 “단통법 이후 통신사들이 ‘특마’를 운영하면서 이젠 골목상권까지 ‘성지점’이 침투하게 됐는데, 일부 고객만 두 배 세 배 싸게 사는 구조가 맞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지를 싸서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신분증 이미지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유출되고 있는데 단속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주장하는 ‘현저한 차별’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지원금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을 늘리려는 단통법 폐지 취지와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존 유통업체 보호를 위해 단말기 가격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통신사·제조사·대형유통의 직접 판매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초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몰제였던 단통법이 10년을 왔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복잡했다는 의미다. 지원금 경쟁을 제한하던 단통법이 폐지되면 자금력을 갖춘 통신사에 밀려 알뜰폰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통신사들이 성장이 한계에 이른 통신 사업 대신 인공지능(AI)으로 초점을 옮긴 상황에서 소모적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단말기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애플만 존재하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단통법 폐지 법안은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 6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유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같은 달 단통법 폐지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한 뒤, 이훈기 의원이 토론회를 여는 등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양당은 소비자 보호 등 후속 조치를 담은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규호 KMDA 회장은 “단통법 폐지 이후 가장 큰 우려는 애초 단통법이 막으려던 소비자 차별 문제가 돌아오는 상황”이라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노력해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야 소비자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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