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美 특별공무원

2025-02-05

미국 의회는 1962년 민간 전문가들이 연방정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새 직책을 도입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해당 직책명은 ‘특별공무원’이다. 이는 미국 정부 기관에서 특정 프로젝트 추진 또는 정책 자문 등을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용되는 비상근직이다. 전임제가 아니어서 연간 최대 130일 한도 내에서만 근무하면 된다. 심지어 근무일을 자신의 편의에 맞게 몇 시간 단위로 쪼개어 쓸 수 있다. 민간인이 기존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그 직책이나 직업을 그만두지 않고 겸임할 수 있도록 공직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미국 정부의 특별공무원 임용은 많게는 연간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다. 최근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기 집권 시절부터 특별공무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 혁신 기업인, 과학기술자 등의 아이디어를 국정에 반영해왔다.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을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전략정책포럼’에서 위원장으로 겸직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혁신적 경제정책 및 세제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인사였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같은 해 중용돼 국방혁신자문위원장 등을 겸직했다. 그는 국방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특별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무보수로 일하지만 기밀을 취급할 수 있는 보안 허가까지 얻었다. 일개 기업인이 글로벌 최강국인 미국 정부의 혁신을 주도하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민간인이 공공기관에 파견되거나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일할 수 있도록 ‘공무수행사인(私人)’ 제도 등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그 쓰임새가 정부 업무를 보조하는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경제·기술 도약, 국정 쇄신을 이루려면 민간 기업인과 과학기술자 등 전문가들이 보다 활발히 국정에 참여해 혁신을 주도하도록 공직 문턱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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