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전제품의 공습에 일본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초저가 정책을 앞세운 중국산 TV가 일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이다. 전기차에 이어 가전마저 중국산에 잠식되며 일본 기업들의 내수시장 잠식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CN 리서치를 인용해 일본 평면 TV 시장에서 중국 가전제품의 점유율이 지난해 50%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면 TV 시장 1위는 중국의 가전 업체 하이센스 계열사 TVS레그자로 점유율 25.4%를 기록했다. 하이센스의 자체 브랜드는 15.7%로 3위를, 또 다른 중국 가전 업체 TCL은 9.7%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세 곳 모두 전년에 비해 점유율이 증가했다. 반면 일본 브랜드들은 모두 점유율이 떨어졌다. 샤프는 시장점유율 20.6%, 소니는 9.6%, 파니소닉은 8.8%다.
중국 업체들은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이른바 ‘가성비’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품질까지 인정받아 중·고가 제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은 디스플레이 등 TV 핵심 부품을 대량으로 조달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시장에서 55인치 LCD TV를 기준으로 파나소닉이 20만 엔(약 184만 원) 수준에 판매 중인 반면 하이센스는 10만 엔 미만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모리 에이지 BCN연구소 수석애널리스트는 “고물가 영향으로 일본 젊은 층의 절약 욕구가 커졌고 혜택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짚었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인구가 늘었고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는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는 2023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2223대(전년 대비 54% 증가)를 판매해 업계 4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판매량이 30% 줄어들면서 5위로 추락해 두 기업의 순위가 불과 1년 만에 역전됐다. 비야디의 장점 역시 가격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비야디의 일본 시장 진출 당시만 해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2000만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