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렌스. 코렌스이엠 억울한 누명 벗어”
7월 31일 자동차엔진 부품 제조기업 코렌스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동종업계 SNT모티브가 제기한 기술유출 고소 건에서 경찰은 ‘불송치’,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코렌스는 “사법정의가 실현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고 내용에는 ‘억울’이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묵직하게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억울함.
나는 기자다. 몇 해 전, 코렌스의 자회사 코렌스이엠(이하 코렌스 측)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국정과제 ‘부산형 상생일자리’ 사업의 전반에 대한 부실 의혹을 몇 달간 취재했고 이를 연속 단독 보도했다. ‘부산형 상생일자리 사업 무산 위기’ ‘예산 횡령한 코렌스…“몰랐다”는 부산시’ ‘文 정부 국정과제 ‘상생 일자리’ 의혹 커지는데…부산시는 침묵만’ 등의 제목으로 이뤄진 기사였다.
보도 내용에 대해 코렌스 측은 대형로펌을 통해 형사 고소에 나섰다. 명예훼손. 수사기관은 진위를 가렸다. 경찰은 불송치(혐의없음)로 판단했다. 그러자 경찰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한데 이어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인 항고까지 진행했다. 처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민사소송도 동시에 걸었다. 대상은 기자 개인뿐만 아니라, 소속 언론사인 서울경제신문까지 포함됐다.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내건 손해배상액은 무려 4억 원에 달했다. 금액보다 무거웠던 건 언론중재위원회로 제소하지 않고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무엇인지 모를 의도였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중재는 언론중재위가 일반적인 창구다. 언론중재위 제소 없이 곧장 법적 절차를 밟은 점은 언론을 향한 압박이란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법원은 1심, 2심 모두 기각 판결을 내렸고 코렌스 측은 상고 이후 대법원에 인지대를 내지 않아 각하 결정됐다. 2024년 5월 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며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코렌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억울함’이란 단어를 다시 접했다.
되묻고 싶다. 과연 억울했던 쪽은 누구인가. 수억 원대 손배소에 기자 개인 이름이 박힌 고소장,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과정, 수년에 걸친 법적 공방 속에서 기자는 직업적 명예를 위협 받았고 정신적·시간적 소모를 감내해야 했다. 그 억울함은 어디서 풀 수 있었을까. 끝내 무혐의, 기각이라는 결과를 받아냈지만,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었다.
코렌스 측은 자신들의 억울함이 풀렸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언론을 상대로 던졌던 법적 대응과 침묵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명하지 않고 있다. 이 기업의 억울함이 정당하다면, 자신들이 언론에 가한 억압 또한 되짚어야 한다. 그 책임마저 외면한다면, 진정 억울했던 쪽은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