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스키장<마운틴 하이 리조트> 삼킨 산불…물 대신 눈 살포 사투

2024-10-24

지난달 8일 리조트 남쪽 발화

이튿날 몇시간새 불길 10배로

산불 굉음과 열기 리조트 강타

직원들 눈 제조기 100대 동원

화재 방어 작업 생존 싸움으로

“제발 무사히 탈출하길 기도”

다수 시설 무사…큰 피해 없어

지난 한 달간 복구작업 구슬땀

추수감사절 전에 재개장 희망

거리 곳곳 소방대원에 감사글

원문은 LA타임스 10월20일자 ‘Inside the battle to save Mountain High ski resort from a monster California wildfire’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른 아침, 벤 스미스는 SUV를 타고 마운틴 하이 스키 리조트의 정상에 올라 남쪽을 바라봤다. 몇 마일 떨어진 계곡 건너편, 엔젤레스 국유림의 짙은 녹색 소나무 숲 속에서 불길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브리지(Bridge) 산불 현장이었다. 스미스의 예상대로라면 불길이 리조트에 도달하기까지는 최소 하루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불길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번졌다. 그날 저녁 6시30분, 리조트의 총책임자인 스미스는 라이트우드 마을을 지나 동쪽으로 2번 하이웨이를 질주하고 있었다. 도로 양쪽에서 불길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미스는 리조트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의 팀은 스키장을 물로 적시기 위해 스노 캐논(인공눈 제조기)을 가동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나는 것뿐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스쳐갔다. 스미스는 “제발 다들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길 빌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리조트의 랏지와 주변 대부분이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스미스와 그의 팀, 그리고 소방관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그때 대피하면서 이곳이 전부 불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무 제거 작업과 전력 복구 작업이 리조트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마운틴 하이 운영자들은 추수감사절까지는 리조트를 재개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고객 서비스 매니저인 다마리스 캔드는 “빨리 눈이 내려 산불의 흔적을 덮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리지(Bridge) 화재는 지난달 8일 오후 리조트에서 남쪽으로 11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튿날이 되자 스미스는 불길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날, 불길은 폭발하듯이 수만 에이커를 순식간에 삼켰고, 단 몇 시간 만에 그 면적은 10배로 증가했다.

산불 사흘째인 10일 오전 리조트 직원들이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아직 차분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일출의 분홍색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스미스는 강풍 예보에 재앙이 닥칠 가능성을 예감했다. 그는 팀에게 리조트 주변에 인공눈 제조기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약 50명의 직원들이 리조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연기가 점점 짙어져 가는 하늘 아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연기와 재 때문에 100피트 앞도 보이지 않게 됐다. 더 이상 직접 화재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는 불이 붙은 재와 잔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 1피트 길이의 불타는 나뭇가지가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직원들은 안전과 공기의 질을 걱정하며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리조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존 맥콜리는 “그날 오후 2시쯤 서둘러 떠났을 때 하늘은 마치 밤처럼 컴컴했다”라며 “연기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4시30분쯤, 몇 시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악몽은 현실이 되었다. 300피트가 넘는 불길이 리조트를 덮쳤다. 화염은 제트기 엔진 같은 소리를 내며 폭발적인 열기와 잔해를 날리며 리조트를 강타했다. 조심스레 진행하던 화재 방어 작업은 순식간에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변했다.

스미스는 캠프장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모든 직원의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철수했는지 확인했다. 그는 또 다른 팀원을 인공눈 제조기 컨트롤 센터로 보내 대형 급수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스미스와 몇몇 직원들이 남아 리조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눈을 만드는 장비들을 수동으로 가동시켰다. 그들이 사용한 약 100개의 인공눈 제조기 중 약 3분의 1은 수동으로 켜야만 했다. 스미스는 마지막까지 남아 장비를 작동시킨 뒤 리조트를 떠나야 했다.

오후 6시30분쯤, 스미스는 리조트를 떠나기 전 불길이 양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탈출을 결심했다.

스미스는 “영웅이 되려고 끝까지 남았던 건 아니다”라며 “내겐 아내와 가족이 있다. 그저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안전하게 탈출한 후, 소방대원들은 그날 밤이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스미스는 리조트로 돌아와 피해를 확인하고 소방대원들을 도왔다. 불길은 여전히 맹렬했지만, 바람이 약해지면서 100피트에 달하는 불길은 전날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스미스는 “모든 게 다 타버렸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리조트에 가까워지자 살아남은 나무들이 보이고 건물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가슴을 쓸어내렸던 안도감을 설명했다.

다행히 리조트의 주요 시설은 대부분 무사했다. 일부 스키 리프트와 순찰대 및 정비용 건물이 불탔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스미스는 “팀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화마 속에서도 다 타버리지 않은 것은 다 팀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운틴 하이는 종종 소방대원들에게 귀중한 작전 기지가 되기도 한다. 스키장 각종 건물은 지휘 센터로, 주차장은 헬리콥터 착륙지로, 물 저장고는 소방차의 물 공급지로 활용된다.

스미스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그룹들과의 협력 덕분에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조트는 약 한 달 동안 안전이 확보되고 전력이 복구되기 전까지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초, 균열이 생기고 불에 그슬린 2번 하이웨이가 재포장됐고, 리조트의 정상적인 운영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라이트우드 주민들은 도시 곳곳에 소방대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표지판을 설치했다. ‘우리를 구해줘서 고마워요’라는 글씨가 적힌 나무 판자가 라이트우드 시내 곳곳에 걸렸다.

한편, 마운틴 하이의 사무실에서는 100주년 시즌 패스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리조트는 이 특별 시즌 패스를 통해 미국 적십자 재난 구호에 기부할 예정이다.

노아 해거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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