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홈쇼핑 블랙아웃(송출 중단)이 이뤄졌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번 블랙아웃 사태는 지난해 초부터 이어온 송출수수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SO·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송출수수료 갈등은 단순히 업계 간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 권익과 시장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다. 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사업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심화되면, 사업 중단 등 시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 업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 사업자가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1조 9,375억 원으로, 방송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이 71.0%에 달했다. 이는 홈쇼핑사가 상품 판매로 100원을 벌어들일 때 약 71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계의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업계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TV홈쇼핑 7개사의 영업이익은 2020년 7,443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2년에는 5,026억 원, 2023년에는 3,270억 원으로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로, 송출수수료 부담이 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산업의 상황도 열악하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전체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8년 35%에서 2022년 42%까지 확대됐다. 홈쇼핑 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할 경우 방송산업 전체에 구조적인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여전히 홈쇼핑에 의존하는 기형적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은 결국 블랙아웃이라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달 CJ온스타일은 일부 케이블TV 사업자와의 협상 결렬로 인해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홈쇼핑 채널의 시청 제한을 넘어, 소비자 선택권 침해와 불편이라는 실질적인 피해를 발생시켰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홈쇼핑 채널이 주요 쇼핑 수단이므로, 이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송출수수료 문제는 자율 협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갈등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협의체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송출수수료 갈등이 지속될 경우 홈쇼핑업계와 케이블TV 사업자 모두의 경영 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방송시장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방송사업자의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에 이를 반영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매년 발생하는 수수료 갈등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시장 실패와 이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이다. 정부는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넘어, 송출수수료의 공정한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 간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해야한다. 이를 통해 홈쇼핑업계와 케이블TV 사업자 간의 상생 구조를 구축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방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