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 경기를 모두 영상으로 분석했고 전술적으로 개선해야할 포인트를 짚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사실 전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팀을 하나로 묶는 게 더욱 중요하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면 전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금방 극복할 수 있다.”
이 말과 이 말을 하는 태도가 이도현 전북 현대 축구단장 마음을 흔들었다. 이 단장은 “나와 미팅하기 위해 이번 시즌 전북 경기를 모두 본 것 같았다”며 “선수들과 소통을 위해 좋은 국내 코치진이 필요하다는 말을 계속 강조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홍명보와 함께 한국남자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57)이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최근 몇해 잇단 부진 끝에 올해 강등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전북의 명가 재건을 이뤄야 하는 책임자다.
전북은 앞서 조세 모라이스, 김상식 감독을 거치며 조금씩 쇠퇴했다. 박지성 고문이 선임을 주도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도 수준 이하 지도자였다. 김두현 감독이 소방수로 긴급 되면서 겨우 강등만 면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외국인 지도자 두 명을 썼지만 결과는 대실패. 그래서 전북이 다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은 비용이 더 들고 적응 시간도 더 필요하다. 이 단장은 “팀을 재건할 적임자라면 국내든 국외든 가릴 게 아니었다”며 “시간이 약간 더 걸려도 안정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면서 희망을 이어갈 감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은 국제적으로 A급 지도자다. 현역 시절 첼시,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뛰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베티스, 프랑스 리그1 보르도 등을 지휘했다. 2013~2015년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서울)과도 함께 했다. 2022년 2월부터 2년간 그리스 대표팀도 지휘했다. 올해에는 홍명보, 바그너 등과 함께 한국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당시 포옛 감독은 바그너와는 달리 100% 국내 거주를 약속했다. 전북감독으로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포옛 정도면 한국 정상급 선수들도 인정하고 따를만한 인물이다. 그게 전북처럼 국내 최고 몸값을 받는 최고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베테랑들이 감히 항명하기 힘든 빅네임이다.
올해 밑바닥을 경험한 전북은 선수단을 적정 규모로 줄인 뒤 포옛과 함께 구단 재건에 헌신할 베테랑을 골라내야 한다. 구단 재건에 큰 관심이 없는 선수들은 이참에 과감하게 내보내야 한다. 베테랑들이 자꾸 딴소리를 하는 팀이 잘 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 출신 정조국 코치와 황희훈 골키퍼 코치가 전북 코치진으로 합류했다. 포옛 감독, 그가 데리고 오는 사단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국내 선수들 의견을 듣고 감독에게 정확하게 전달한 뒤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게 한국 코치들 임무다. 외국인 감독 성공 여부는 거의 절반 이상이 국내 코치진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옛 감독은 상당 기간 뉴스의 중심에 설 것이다. 세계 정상급 감독이 팀을 어떻게 이끌고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등이 모두 화젯거리다. 또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계속 거론된 만큼 전체 축구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적잖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전북과 한국프로축구 모두 포옛 감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