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횡사' 당사자 박용진 만나 "사실은 안타깝다"

2025-02-21

공천 최대 피해자, 총선 이후 첫 만남 가져

"가슴 아플 것 알지만…" 열 달만의 '위로'

박용진 "지지층은 바라지만 공동체에

도움되지 않으면 '노'라 얘기할 수 있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총선 '친명횡재 비명횡사(비이재명계만 총선에서 불이익을 얻었다는 뜻)' 공천의 최대 피해자인 박용진 전 국회의원을 만났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이어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과 연쇄 회동하고 있는 이 대표는 당의 위선을 꼬집는 지적엔 고개를 끄덕이며 '협력'을 요청했지만, 구체적 역할에 대해선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박용진 전 의원과 한 시간 반가량 식사를 같이했다. 이번 회동은 박 의원이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경선 탈락한 뒤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와 박 전 의원은 어지러운 현 정국 위기를 돌파하고 힘을 모으고 통합해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 대표가 박 의원에게 '큰 역할'을 주문했을 뿐, 구체적 방안에는 거리를 뒀다. 개헌과 당내 통합 이견 극복을 위한 경선 룰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가 빚어졌다.

이 대표는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 해줘 고맙다"며 박 전 의원을 환영한 뒤 "당 일을 하다 보니까 (지난 총선 공천) 내홍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 의원도 가슴 아플 것을 알지만 사실은 안타깝다"고 지난해 3월 '비명횡사' 사건 이후 약 10개월 만의 위로를 건넸다.

그러면서 "정치라고 하는 게 개인 사업이 아니고 국민과 국민을 위해서 하는 공적인 역할이고, 우리한테 주어진 역할이 지금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 속에 박용진 의원 역할이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데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며 "대의명분 앞에 사사로운 개인감정이 자리해선 안 된다"고 일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의 세 가지 용기가 있다"며 "자기 권한을 절제하는 것, 지지층은 바라지만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대의를 위해서 손을 내밀어줄 줄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건 상대 당에도 마찬가지고, 경쟁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전 의원이 당내 통합으로 시작해 국민 통합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민주당이 비판받는 위선 문제에 대해 개혁하는 이미지를 보였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세대교체를 강하게 밀고 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고통을 받은 게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당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박 전 의원에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오늘 제안이 됐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의원은 회동 후 취재진에 "2030 세대의 국민이 볼 때는 민주당의 말과 행동이 달라 정치적·도덕적 '내로남불' 사례가 너무 많이 쌓였다"며 "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 말하니 그런 면에서 세대교체와 586 정치의 청산이 필요하다는 제 소신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이 대표에게 정책이나 사람 등용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며 "조기 대선이 열리면 경선 룰 관련해 여러 이견을 많이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전달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시기와 국면에 따라서 적절한 의견을 내릴 때가 있다"며 "지금 개헌과 경선룰을 전면화하기 이른 시기"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이 대표의 통합 행보가 자칫 지지층과 중도층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를 향한 '진정성' 시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메시지'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비명계 인사 회동을 마치고 당 차원에서 내놓을 구체적 방식도 초미의 관심사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상황 전개에 따라 액션이 달라질 것"이라며 "대략적인 방향성은 있지만, 당이 잘되도록 헤쳐나가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찬이 예정됐다.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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