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양시설 치과위생사의 구강관리

2025-03-11

[특별기고②] 디지털아트치과 박은희 예방클리닉팀장

입원 및 재가환자의 구강위생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Oral Rehabilitation Society(대표 오상환)’에서는 Basic, Advanced 1·2 및 Special Course까지 이수한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해외연수에는 총 6명이 참가했으며 일본 히로시마대학교(이하 히로시마대)를 방문해 ICU(중환자실) 입원환자 구강관리시스템 및 요양시설 등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본지는 이들의 참관기를 총 2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다음은 요양시설인 사회복지법인 광명학원(고우세이 가쿠엔) 참관기이다.

- 편집자 주

연수팀이 방문한 시설은 사회복지법인 광명학원(고우세이 가쿠엔)으로 처음에는 장애아동시설인 보육원으로 개설됐으나 현재는 지역복지활동센터로 지역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요양원으로써 입소해 생활하는 노인들도 있었고 주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노인요양원의 첫 모습은 넓은 창문과 밝은 분위기의 넓은 거실이었다. 제일 놀라웠던 점은 노인요양원 특유의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 쾌적한 분위기였다. 입소자들에게 자기 집처럼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병원에서 흔히 입고 있는 병실복 대신 집에서 있는 옷을 그대로 입고 생활한다고 했다.

1층에는 거실과 식당이 있는데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이들은 ‘일상복’을 입고 내려와 식사를 한다. 식판이 아닌 반찬과 밥, 국 등을 개별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하도록 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식사를 더 잘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식사를 잘하게 되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층에는 입소한 이들이 생활하는 층으로 각 방마다 3~4인의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지만 커튼으로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주었고 그림을 그리는 등 각자 생활하고 있었다. 방 안은 베란다가 있는 탁 트인 곳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주일에 2번은 시설과 연계된 치과위생사가 방문해 구강위생관리를 진행한다. 우리가 갔던 날은 목요일이었기에 치과위생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치위생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후 요양원에서 일할 것을 제자들과 약속해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칫솔질이 가능한 입소자는 직접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와줬고 그렇지 않은 입소자들은 치과위생사가 도와준다. 휠체어라도 이동이 가능한 입소자들은 모두 벽에 거울이 부착된 세면대 앞에 와서 이를 닦는다.

처음 본 어른신은 인지는 되지만 대답 등 움직임이 불편한 입소자였다. 현재 98세인 어르신은 입소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말끔한 옷을 입고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구강관리를 위해 휠체어에 기대게 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담요로 받히면서 위치를 잡았다.

이 어르신은 힘을 주면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신발을 자주 떨어뜨려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입을 벌리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계속 만나면서 조금씩 입을 벌리면서 구강관리를 치과위생사에게 맡곁다고 한다.

구강위생관리의 시작은 개인보호장치를 착용함으로써 시작되는데 마스크와 보안경은 필수로 끼고 휴대용 라이트를 켜서 먼저 입안상태를 확인한다. 보안경과 휴대용 라이트를 잘 잊어버려서 목에 걸어서 사용한다고 했다.

먼저 입소자 이름을 부르면서 대상자의 정신을 깨우고 구강관리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면서 진행된다. 스펀지 브러쉬나 구루구루 칫솔, 그리고 일반칫솔과 치간칫솔 등으로 잇몸 안쪽을 닦는다. 최후방 치아까지 빠르게 닦는 모습이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입소자는 스스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어르신이라 지켜보면서 안 되는 점을 체크하거나 평상시 사용하던 칫솔에 남은 이물질 제거 등만 관리해줬다.

시설에서 치과위생사가 하는 구강위생관리는 단순히 칫솔로 이를 닦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치과위생사는 환자의 전신상태와 삼키는 능력, 자세, 구강관리 능력 등을 고려해 세심한 접근을 하고 있었으며 환자의 구강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밀라운드(meal round)’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면서 구강과 재활, 영양을 위해 여러 직종들과 연계해 함께 회의를 진행한다.

치과위생사는 하루에 20명 이상의 입소자 구강위생관리를 해주는데 매우 즐거워 보였고 보람된다고 했다. 치과위생사와 입소자들의 관계는 매우 좋았으며 오랫동안 구강위생관리를 해온 덕분에 입소자들의 구강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입소자들이 대답하지 않아도 눈만 깜빡거리는 작은 동작 하나로도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치과위생사가 방문하지 않는 요일은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가 치과위생사에게 배운 것대로 칫솔질을 도와준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국가적으로 치과위생사의 구강위생관리를 전문가 행위로 분류해 제도화하고 있으며 시설의 직원들과 입소자 모두가 주기적으로 구강위생관리를 해야 하는 목적과 이를 치과위생사가 당연히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명을 도입해 구강노쇠를 진단하고 건강보험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도화가 시급해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속히 제도화돼 요양원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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