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39% 관세 적용 시 연 31조원 정도 추가 지불 위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kg 금괴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세계 최대 금 정제 허브인 스위스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지난달 31일 자 공문에서 1kg 및 100온스 금괴를 관세 대상 품목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세번 코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CBP의 결정은 해당 금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 관세에서 면제되는 다른 세번 코드로 분류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존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1kg 금괴는 세계 최대 금 선물 시장인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며, 스위스의 대미 금 수출 물량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세번 코드 재분류'라는 행정 결정이지만, 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압박 정책과 스위스에 대한 무역·정치적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미국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39%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스위스는 그동안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NBC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녀(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는 상냥했지만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빌트 스위스 귀금속 제조·거래협회 회장은 이번 금 관세 부과가 "스위스 금 거래에 또 다른 타격"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시장의 금 수요를 맞추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4월 '해방의 날' 관세 시행 전에 서둘러 금을 미국에 반입하며 COMEX 내 사상 최대 규모의 금 재고를 쌓았고, 이로 인해 런던에서는 일시적인 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발표된 관세안에는 다수의 원자재가 면제 품목으로 포함됐으며, 특정 금괴 분류가 면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었다.
스위스는 올해 6월까지 12개월간 미국에 615억 달러(약 81조 원)치의 금을 수출했는데, 이 물량은 스위스산 39% 관세 적용 시 추가로 약 240억 달러(약 31조 원)의 관세가 부과되는 규모다.
빌트 회장은 "스위스 정제소에서 재용해한 귀금속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금 제품의 세번 분류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세번 코드 해석에 따라 관세 부과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