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공 세워 ‘병장→소위’ 파격 진급
州 방위군을 정규군 못지않은 조직으로 키워
6·25전쟁 당시 미군 병사로 참전했다가 전공을 세워 장교가 되고 결국 장군까지 오른 노병(老兵)이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일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주(州)방위군 총감을 지낸 허버트 템플 예비역 육군 중장이 지난 12월30일(현지시간) 타계했다. 국방부는 고인에 대해 “오늘의 주방위군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템플은 1928년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어려서 군인이 될 수 없었던 템플은 1947년 고교 졸업 후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육군에 입대해 제40보병사단 제160보병연대에서 복무했다.
1950년 6월25일 한반도에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전쟁이 터졌다. 한국을 돕기 위해 파병을 결심한 미국 행정부는 정규군만으로는 병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주방위군 일부를 동원했다. 이에 템플도 그해 9월 한국으로 보내져 미 육군 24사단 5연대 소속으로 북한군 및 중공군과 싸웠다. 당시 그의 계급은 병장이었다.
약 2년간 한국에서 복무한 템플은 1952년 미국으로 돌아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에 복귀했다. 그는 한국에서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히 장교로 임관함과 동시에 160연대 소위가 되었다. 고졸 학력의 병사가 군 생활 5년 만에 장교가 된다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템플은 20년 넘게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에서 다양한 지휘관 및 참모 보직을 수행했다. 1975년 템플을 눈여겨본 주방위군 본부가 그를 불러들였다. 장군이 된 템플은 주방위군 조직 내 육군 부대를 관할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1986년 중장으로 진급하며 주방위군 전체를 지휘하는 주방위군 총감에 올랐다.
1990년까지 4년간 주방위군 총감으로 재직하며 템플은 여러 업적을 세웠다. 육군과 공군으로 구성된 주방위군을 약 55만명의 병력을 거느린 대규모 조직으로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방위군 장병들이 정규군 못지않은 강도높은 훈련을 받도록 했으며, 미군이 해외에서 수행하는 작전에 주방위군도 참여하게 만들었다.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주방위군 육군 본부를 건립하는 데에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템플은 그가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소개하곤 했다. 주방위군에 있다가 동원돼 한국에서 싸운 장병들은 하나같이 정규군에 비해 훈련, 준비 태세,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템플은 “나와 전우들이 한국에서 당면한 곤란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1990년 템플은 중장을 끝으로 43년에 이르는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건립한 주방위군 육군 본부 청사엔 2017년 ‘허버트 템플’이란 명칭이 헌정됐다. 템플보다 나중에 주방위군 총감을 지낸 스티브 노드하우스 예비역 공군 대장은 “장군 중에서도 장군, 지도자 중에서도 지도자였다”라는 말로 고인을 기렸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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