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뇌사 상태에서만 가능한 현행 기증체계를 보완해 장기이식 대기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복지부는 16일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장기·조직 기증과 이식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종합전략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장기이식 분야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중장기 로드맵으로 △생명나눔 문화 확산 △기증 활성화 △의료기관 역량 강화 △기증자 예우 △거버넌스 고도화 등 5대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다. DCD는 심장이 완전히 멈춘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으로 영국·스페인·호주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뇌사 상태에서만 장기기증이 가능해 기증자 확보가 정체된 상황이다. 복지부는 “뇌사자 중심 체계로는 증가하는 장기이식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순환정지 후 기증 제도화를 통해 기증자 저변을 확대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이식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복지부는 DCD 제도 도입을 위해 △시범병원 지정 △의료인 교육·훈련 체계 마련 △법적·윤리적 기준 정비 △사후관리 프로토콜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뇌사자 관리기관을 중심으로 EMR(전자의무기록) 기반 ‘뇌사추정자 자동 신고 시스템’을 확대해 잠재적 기증자 발굴률을 높이고 장기구득 실패 시 손실보상과 성공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병원 참여 유인을 강화한다 .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력·수가 개선을 통해 현장의 부담 완화에 나선다. 실제 신장이식 수술료는 올해 6월 최대 186% 인상됐고 앞으로도 주요 이식 관련 수가 조정이 예정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증자와 의료진의 노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계획에는 조직 기증·공급망 개선도 포함됐다. 국내 인체조직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공공조직은행 중심의 가공·공급 체계 강화를 추진한다. 국산 조직의 품질관리 기준을 높이고 장기기증자와 조직기증 간 연계율(현재 27%)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밖에도 기증자 예우 강화(장제비 540만 원, 추모행사·자조모임 확대), 기증 인식 제고(신분증 발급 시 기증 안내 의무화), 통합 데이터 허브 구축(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중심) 등 다양한 과제를 병행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면서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